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자궁근종에 대하여 (월간 건강한 삶 2003년 2월)

자궁근종에 대하여 (월간 건강한 삶 2003년 2월)
얼마전 일간지에서 대한민국이 배출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 성악가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의 공연을 돌연 취소하고 이탈리아로 돌아갔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후문에 의하면 자궁근종에 의한 출혈이 심해져서 그랬다고 한다. 비단 이 여성의 경우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자궁근종은 이미 너무나도 흔한 병이 되어서 세계적으로도 산부인과 수술에서 제왕절개술 다음으로 흔한 수술이 되었고, 가임여성의 30% 정도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그 발생연령도 가임기의 어느 때에라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결혼을 앞둔 20대 미혼 여성은 물론이고 10대의 소녀에게서도 발병하여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자궁근종은 자궁근육층에 생기는 양성(良性) 종양으로 그 발병 이유에 대하여는 아직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진 이론은 없다. 단지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급격히 감소하는 폐경기 이후에 자궁근종의 크기가 자연적으로 줄어드는 양상을 통해 여성호르몬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정도의 인식을 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그 치료에 있어서도 확실한 방법은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단지 근종의 크기가 큰 경우는 3개월, 비교적 작은 경우는 6개월 간격의 정기검진을 통하여 관찰을 하다가 커지면 수술을 하는 정도이다. 결국 아무런 조치없이 방치하다가 운좋게 커지지 않으면 다행이고, 7센티 이상 정도로 커져서 수술적응증이 되면 수술을 해서 제거하는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수술시에도 자궁은 출산을 위한 기관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기계론적인 생각으로 더 이상 출산이 필요없는 여성에게서는 자궁 전부를 들어내는 전자궁적출술이 시행된다. 자궁근종만을 절제하는 근종절제술은 수술후 자궁에서 또 근종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시행할 가치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자궁이 없는 상태에서의 난소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고 남겨둬봐야 난소낭종이나 난소암의 위험이 있으므로 난소도 적출하자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자궁과 난소는 출산을 위한 기관에 불과한 것일까? 우리는 주위에서 자궁전부를 들어낸 여성에 있어서 심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흔히 볼 수가 있다. 이른바 자궁적출술후 증후군(Posthysterectomy syndrome)이라고 명명되는 이것은 심신의 양면에서 그 증상도 다양하게 관찰되고 있다. 가장 큰 것은 여성성의 상실로 인한 심한 우울증을 들 수 있다. 그밖에 회복되지 않는 피로, 무기력, 뼛속까지 파고드는 오한, 발한, 안면홍조, 불감증, 질의 탈출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부인과 검진을 하러 갔다가 우연히 자궁근종을 발견하고 충분한 마음의 준비도 없이 의사의 강권에 의하여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에 있어서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자궁과 난소는 초경부터 자연적인 폐경까지의 기간동안 여성의 몸을 지배하는 주축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그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여성건강을 보장받지 못함은 자명한 이치이다. 자궁과 난소의 건강이 곧 여성건강의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여성들은 자신의 편리를 위해 호르몬제(피임약)를 통하여 생리주기를 조절하고 생리기간 중이나 배란일에도 무리를 하는 등 자궁과 난소의 자율적인 기능을 저해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또한 평소의 생리통, 수족냉증, 월경불순, 생리량의 급격한 과다 또는 과소, 생리이외의 부정기적인 출혈에 대한 원인을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하려는 노력이 적다. 이러한 증상들은 흔하게 경험함으로써 사소하게 생각되어질 수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개선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큰 화(禍)를 초래할 수 있다. 단순히 통증 감각만을 무디게 하는 진통제만으로 그때그때를 모면하는 것은 큰 병을 키우기 위해 먹이를 주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실제로 자궁근종이 있는 여성에 있어 발병전이나 현재에 있어 위에 열거한 증상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지배적이었다. 결국은 증상을 통해 몸의 불균형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고 적절한 치료에 임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방치하여 자궁근종, 난소낭종 등의 병이 발생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별다른 증상이 없이 극도의 피로만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식습관이나 생활패턴이 평상시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유난히 피로와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는 혹시 어디론가의 혈액의 손실은 없는지를 상정하고 특히 부인과적 검사를 시행해 봐야 한다. 자궁근종도 혈액의 공급이 있어야 성장하기 때문이다. 

진료를 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미혼여성이 육안으로 보아도 하복부에 주먹만한 혹덩어리가 보여지는데도 단순히 배가 나온다고 생각하고 방치했다가 근종이 너무 커져서 내원한 경우이다. 어떤 여성의 경우는 그 크기가 너무 커서 초음파로 재지 못하고 줄자로 잰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경우에는 부득이하게 한약을 써도 실효를 거두기가 힘들기 때문에 수술요법이 불가피하다. 이런 경우엔 수술시 출혈을 줄이고 수술부위를 가능한 좁게하기 위하여 3개월 정도 Gnrh agonist나 LH-RH의 주사제를 통해 여성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여 일시적으로 근종의 크기를 줄인 후 근종절제술을 시행한다. 하지만 이 주사제가 모든 여성에 있어서 근종의 크기를 줄여주지도 못하고, 줄어드는 크기는 원래의 30-40%정도이며 주사제를 중단하면 원래의 크기대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 또한 여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일시적인 폐경의 증후인 골밀도 감소, 뼈시림, 안면 홍조, 발한, 우울증, 성욕감퇴 등의 부작용이 뒤따른다. 또한 수술후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자궁내막 손상으로 인한 불임, 수술흔적에서의 자궁파열에 의한 조산, 주위 조직과의 유착 등은 섣불리 수술을 결정할 수 없도록 한다. 따라서 모든 병에서와 마찬 가지로 자궁근종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일은 예방에 있다.

예전에 비하여 영양학적으로 풍요로운 덕택에 빠른 초경 늦은 폐경으로 가임기간은 늘어난데 비하여 사회적인 요인으로 결혼연령도 늦어지고 출산횟수도 적어짐에 따라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하는 자궁 본연의 역할은 줄어들어 자궁근종을 비롯한 자궁관련 질환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평소에 심신의 불균형이 초래되지 않도록 타고난 성정(性情)을 잘 다스리고, 자신의 체질에 맞는 식이를 하는 등의 적절한 섭생(攝生)을 통하여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또한 자신의 몸의 이상을 잘 관찰하여 조기에 치료함으로써 더 큰 불행을 막도록 해야 한다. 이미 자궁근종이 발견된 여성의 경우에는 자궁근종의 수반증상을 개선하고 근종의 성장을 줄이고 정상자궁조직을 늘려 자연적으로 근종의 크기가 줄어드는 폐경기까지 유지함으로써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미 수술이 불가피할 정도로 수반 증상이나 근종의 크기가 큰 경우에도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방식을 선택하고, 수술후에도 그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궁근종이 발병하게 된 심신의 요인을 찾아 해결하여 가능한 자궁을 보전하여 평생의 건강을 보장 받는 것이다. 여성이 건강해야 2세가 건강하고 비로소 사회가 건강해진다. 우리 모두 수궁(守宮)-자궁을 지킴-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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