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광우병(狂牛病)에 누가 더 잘 걸릴까?

 

나라가 온통 광우병(狂牛病)과 조류독감(AI)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아예 이참에 채식주의를 선언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영양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감염의 경로를 100% 차단하는 것이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나만 잘 한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 또한 아니다. 광우병의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소를 수입하는 문제에 있어서 정부의 협상과 절차상의 하자는 대다수의 국민들에 의하여 이미 지적되고 있으니 잘 해결되리라 기대하며, 필자는 광우병 발생의 한의학적 가설(假設)을 제기코자 한다.

다음엔 또 어떤 동물이? 

광우병은 1987년 영국에서 처음 보고되었다. 광우병과 양상이 비슷한 증상인 비틀거리며 잘 걷지 못하다가 온몸의 근육이 굳어서 죽는 스크래피(scrapie)병은 그보다 훨씬 앞선 200여년 전부터 양에게서 발생하였는데 품종이 우수한 양을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에서 근친교배를 통하여 유전적인 열성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병에 걸린 양의 사체와 소의 부산물을 소의 발육촉진을 위하여 사료로 사용하면서 광우병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1988년 영국에서는 재활용 동물 단백질을 가축에게 먹이는 것이 전면 금지되었다. 

광우병이나 양의 스크래피병과 비슷한 증상의 병이 사람에게서도 나타났는데 이미 알려진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과 쿠루병(Kuru disease)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CJD와 광우병 유행이후의 CJD와는 발병연령과 뇌파소견이 다르고, 뇌조직도 광우병에서 나타나는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스폰지 모양으로 양상이 달라 변이성 CJD (vCJD ; variant CJD)라 명명되었고, 이러한 병에 걸리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소를 길렀으며 그들이 기르는 소중에는 예외없이 광우병에 걸린 소가 있었다. 프리온(prion ; 단백질 감염 입자)에 의하여 광우병이 사람에게 전염된다는 유력한 이론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에 대한 확실한 근거와 기전은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이미 쥐, 돼지, 염소, 고양이 등 생물의 종을 뛰어넘어 옮겨진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하여 입증되었다. 

쿠루병(Kuru는 “두려움에 떨다”라는 뜻)은 파푸아 뉴기니의 동부고원지대에 거주하는 포레이(Fore)족에서 발생하였는데, 이 부족은 1950-60년대에 망자(亡者)와 영원히 함께 한다는 의미로 같은 종족의 시신을 먹는 장례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망자와 가장 가까운 여성 친척이 뇌를 먹고 몇 주씩 손을 씻지 않는 풍습이 있어 여성인구의 3%가 매년 사망하였다 한다. 그 뒤 정부에서 이러한 풍속을 법으로 금지하면서부터 쿠루병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이상의 사실들을 종합해볼 때 두 가지 가장 큰 문제점이 대두된다. 

첫째는 근친교배에 의한 열성(劣性)개체의 등장이다.
품종 개량을 위하여 시도된 근친교배는 때에 따라서는 열성(劣性)개체를 만들 수 밖에 없다. 양에서의 스크래피병은 그러한 과정에서 출현한 것이다. 사람에게 있어서도 근친 간의 결혼은 임신이 잘 안되거나, 기형아나 난치성 질환을 가진 자녀가 나오기 때문에 예로부터 금기시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근친상간(近親相姦)을 내란(內亂)이라 하여 열 가지 큰 대악(十惡) 중의 하나로 여겨 능지처참의 극형으로 다스릴 정도로 금기시 하였다. 윤리적으로도 문제이려니와 의학적으로도 금(禁)해야 할 사안이었던 것이다. 자석도 같은 극끼리는 밀어낸다. 서로 다른 극일 때야 비로소 끌어들이는 인력(引力)이 생기는 것이다. 형질이 다른 것과의 결합이 종(種)을 온전하게 유지하는데 필요한 고유한 자연의 유전법칙인 것이다. 스크래피 병은 인위적인 근친교배의 과정에서 나타난 재앙으로서 그 병에 걸린 양을 사료화하여 소에게 먹여서 광우병이 발생한 것인지의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둘째는 인간이든 다른 동물이든 같은 종(種)을 먹었을 때 발생할 질병에 대한 가능성의 문제이다. 초식동물이 탐욕에 눈이 먼 인간에 의하여 육식을 하는 것 또한 자연의 섭리를 위반하는 사건이지만, 그에 더하여 같은 종(種)을 먹는다는 것은 윤리가 있는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에게도 그 신체에 당연히 문제가 발생할 터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는 같은 소를 먹어서 발생하는 것이고, 쿠루병은 사람이 같은 사람을 먹어서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돼지에게 돼지를 갈아서 사료로 먹이면 광돈병(狂豚病)도 발생할 것이고, 닭에게 닭을 먹여도 광계병(狂鷄病)이 나타나고, 개에게 개를 먹여도 광견병(狂犬病)이 발생할 것이며, 물고기에게 물고기 부산물을 사료로 먹이면 광어병(狂魚病)이 나타날 것임은 자명하다. 그렇지 않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는가? 물론 발병하여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의 잠복기(incubation period)는 종(種)과 개체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고, 병을 유발하는 요인이 프리온이든 다른 인자든 과학으로 밝혀내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흐를 것이다.

같은 종(種)이 아니더라도 기질이 비슷한 종(種)을 먹어도 위험하다!

물론 이상의 주장은 필자의 가설(假說)이다. 하지만 한의학적 이론을 더 확장하면 같은 종(種)이 아니더라도 사람이든 다른 동물이든 자기의 타고난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게 되면 크든 작든 반드시 병에 이를 수 밖에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서 체질(體質)이란 평형점으로부터의 기(氣)의 상하 편차 정도와 기준이 되는 온도로부터의 편차인 온열량한(溫熱凉寒-따뜻하거나, 매우 덥거나, 서늘하거나, 매우 찬)이라고 할 수 있다. 

동물을 예로 들면 사슴과 소는 기가 위로 편중되어 있고, 성질이 열(熱)에 치우친 태양체(太陽體)로서 같은 기질이다. 따라서 사슴이 소를 먹는다면 광록병(狂鹿病)이든 다른 형태의 병이든 발생할 것이며, 반대로 소가 사슴을 어떤 형태로든 먹는다면 분명 광우병(狂牛病)이든 어떤 병이든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질병의 양상은 기가 상체로 더 편중될 것이기 때문에 하지가 약하여 잘 서거나, 걷지 못하고,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게 될 것은 자명하다. 물론 조직학적으로도 뇌에 병변이 나타날 지는 확실치 않지만 충분히 위의 증상을 가진 병의 발병을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캐나다에서는 소의 부위가 포함된 육골분(MBM; Meat-Bone Meal) 사료를 먹은 사슴에서 사슴광우병으로 알려진 만성 소모성 질환(Chronic Wasting Disease; CWD)이 발생하였고, 뇌의 조직학적 소견에서도 광우병에서와 같은 스폰지 모양이 관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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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걸릴까?

그렇다면 사람에 있어서는 어떻게 될까? 광우병이 걸린 소를 먹으면 누구나 인간광우병에 걸릴까? 아니면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를 먹어도 사슴이나 소에서처럼 사람에 따라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없을까? 또한 광우병의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잠복기나 발현의 감수성에 있어서 사람에 따른 개체 차이는 없을까? 

조선시대에 사상의학을 집대성하신 이제마 선생의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에는 기가 상체로 편중되어 있는 태양인(太陽人)의 체질병으로 허리와 다리에 힘이 풀려서 걸음을 걸을 수 없는 해역증(解㑊證)을 제시하고 있다. 기(氣)가 상체로만 편중되어 있고, 직승(直升)하는 에너지만 과하여 진액(津液)이 수렴되지 못하고 모두 증발되어 결과적으로 태양인에게 가장 취약한 하지부의 근골을 자양(滋養)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태양인이 섭생을 잘 하지 못하여 자신의 체질과 같이 기가 상체로 편중되고 성질이 온열(溫熱)에 편중되어 있는 태양체(太陽體- 쇠고기, 사슴, 녹용, 오리고기)나 소양체(少陽體-개고기, 닭고기, 장어, 미꾸라지)를 오랜 기간 동안 즐겨 먹어서 발생하는 것이다. 당연히 태양체나 소양체는 육류 뿐만이 아니라 채소, 야채, 과일, 곡류 등 인간이 먹을 수 있는 모든 음식에 존재한다. 

물론 조선시대에는 육골분 사료를 먹은 소도 없었을 것이고, 광우병도 보고된 바도 없으니, 해역증을 인간광우병(vCJD)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광우병, 사슴광우병, 인간광우병 모두 이미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었을 때만 유발되었다는 확증도 없으니 단지 소가 소를 먹거나, 사슴이 소를 먹거나, 쿠루(Kuru)병의 경우처럼 사람이 사람을 먹어서 이러한 질환이 발생하였을 개연성에 대하여 부정할 근거 또한 희박하다. 따라서 태양인이 같은 기질을 가진 태양체인 소나 사슴을 오랫동안 먹을 때에도 이런 질환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비록 필자의 가설(假說)은 더 검증되어야 하겠지만 한의학적 사상의학의 이론상으로는 광우병은 소나 사슴처럼 에너지의 준위가 가장 높은 태양인(太陽人)에게서 가장 발병 가능성이 높고,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고기라도 그것을 자주 섭취함으로써 생길수도 있는 발병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겠다. 다른 체질에 있어서도 꼭 광우병이 아니더라도 다른 질병을 예방하기 위하여도 최소한 자신의 체질과 같은 기질의 음식을 피해야 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

굳이 복잡한 한의학적 용어가 아니더라도 에너지의 중심이 위로 편중되어 있는 개체가 같은 기질의 음식을 먹었을 때 에너지의 중심이 더욱 위로 치우쳐 신체에서 가장 높은 부위인 뇌에 이상이 발생한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물론 이러한 필자의 주장을 받아들이려면 생체에 있어 기(氣)나 에너지(energy)의 존재에 대한 동의가 있어야 할 것이며, 양의사들이나 과학자는 분명 눈에 보일 실체적 근거(evidence)를 제시하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광우병이 걸린 소의 뇌 조직을 사람에게 주입하여 인체에 전염이 되는지를 실험할 수 없듯이 태양인을 대상으로 쇠고기를 수년간 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발병까지의 잠복기간에 대하여 그 누구도 자신할 수 없으므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동물에 있어서도 윤리적인 문제만 양해된다면 실험들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현대과학과의 술어(述語)의 차이와 기법상의 문제로 그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을지언정 위에서 말한 한의학적 개념은 이미 수 천 년 동안 사람을 대상으로 실증되어 왔다. 

탐욕의 부메랑

결국 인간에 의하여 행해진 품종 개량을 위한 근친교배,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육골분 동물성 사료의 사용, 대량 사육과 양식을 위한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의 오남용,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변형식품(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더 많은 양과 눈에 보기 좋은 농작물의 수확을 위한 지나친 화학 농약과 제초제의 사용, 더 오랜 기간의 보존을 위한 보존제와 방부제, 더 좋은 맛을 위한 화학 조미료의 사용, 아름다움을 위해 사용하는 화학 화장품, 위생과 청결을 위한 제품들, 몸에 걸치는 화학섬유, 집을 꾸미는데 쓰이는 건축자재와 화공약품 등 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의식주(衣食住)의 어느 한 곳이라도 안전지대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탐욕과 풍요를 위하여 만들어진 많은 것들이 이제는 오히려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맹자(孟子)에 재앙(禍)과 복덕(福)은 모두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온 것(禍福 無不自己求之者)이라 하였다. 물질문명에 대한 끝없는 탐욕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앙 또한 인간으로부터 나온 것이니, 그로 인하여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부작용마저도 감수해야 할 대상은 바로 우리 인간인 것이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들의 어쩔수 없는 비애일지는 모르지만 벌써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이미 그에 대하여 톡톡히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인간의 오만과 과학의 한계

과학(科學)은 분명 많은 분야에서 예전에 비하여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바꾸었다. 하지만 과학은 만능이고, 모든 것을 재단하는 그 잣대는 불변인가? 그렇지 않다. 과학은 단지 그 시대에 통용되는 조금 더 정밀한 통념일 뿐이다. 시대를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가변적인 것이 과학임에 불구하고 그 기준에서 벗어났다 하여 마녀사냥이라도 할 기세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자신감을 넘어선 오만이요, 죄악이다. 

의학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100% 밝혀졌다고 하는 병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기존의 학설을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제한된 세포실험, 동물 실험, 임상실험은 애초부터 종간(種間)의 차이, 개체의 차이를 완전히 고려할 수 없다. 또한 인간의 능력 밖의 문제로 인하여 생각할 수 없는 변수에 의하여도 충분히 결과에 차이가 생길 수도 있으니 겸손할 필요가 있다. 잠복기가 수십 년 이상 될 수도 있는 병에 대하여 현시점에서의 통제는 이미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이미 발표된 논문을 참조하는 것은 옳은 자세이지만 전적으로 그것들이 Bible인양 신봉할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아직까지 현대의 과학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두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허접 쓰레기로 치부하는 것은 오만이자 죄악이다. 열린 자세로 가능성에 대한 검토나 검증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바른 자세일 것이다.

서양의학과 한의학

이전의 우리 조상들을 비롯한 동양의 사람들은 모두 미개하고 바보였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서구의 이념과 종교, 과학이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다하여 우리 것이나 이전의 것들을 모두 일고의 가치도 없는 듯 하대(下待)하는 것은 지나친 사대주의의 큰 오류이다. 의학의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과학의 발전을 통한 다양한 진단기기의 탄생은 분명 획기적인 의학발전을 가져왔다. 하지만 물질적인 것과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학문은 그 한계 또한 노출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 하여 그 작용을 무시하고 사랑도 호르몬의 작용으로 해석하는 것은 너무 삭막하고 오싹하기까지 하다. 과연 사랑의 작용을 눈으로 보이는 물질적인 지표로 모두 실증해낸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현대의학에서는 물질적인 실체를 넘어서는 추상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이거나, 정신적인 부분들은 애써 폄하되기 일쑤이다.

감기에 걸렸다는 표현은 영어로는 “catch cold” 이다. 한의학에서도 감기의 요인 중 대표적인 것은 한(寒)이다. 둘 다 모두 추위를 병인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양의학적으로는 병인은 virus가 될 뿐이다. 한(寒)은 눈에 보이는 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치료법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찬 기운이 몸에 들어온 것이니 몸을 덥혀주고 땀구멍을 열어서 한사(寒邪 ; 차가운 나쁜 기운)를 내쫒아야 한다. 양의학에서는 감기로 인한 수반 증상과 합병증의 예방을 주안점으로 본다. 감염에 의한 염증의 치료, 기관지 확장제, 해열제 등을 처방한다. 어느 것이 옳고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두 가지 방법으로 모두 감기가 치료된다면 환자가 선택하면 되는 것이지 서로를 비방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병을 보는 관점과 의학적 술어(述語, medical term)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면서 적절하게 두 가지 방법으로 처치를 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 창출될 수도 있겠다.

또한 양의학에는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증후들”(MUS : Medically Unexplained Symptoms)이라는 개념이 있다. 대개는 현재 실행되고 있는 양의학의 이화학적 검사를 통하여 실체적 진단이 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환자가 여전히 불편증상을 호소하는 것들로 대부분 신경정신과적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이 용어는 엄격하게 말하면 “양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증후들”이란 말로 한정되어야 한다. 위 내시경상 위장에 기질적인 이상이 없다고 해도 얼마든지 복통이나 소화불량 등을 호소할 수 있고, 한의학적인 여러 진단에 의한 치료로 증상의 소실을 보인다. 이른바 기능적인 이상(functional disorder)이다. 양의학에서 대표적인 빈혈의 지표인 헤모글로빈이 아무리 평균치에 들더라도 환자는 피로하고, 어지럽고, 손발이 차고, 추위를 타고, 쇠약감이 드는 등의 빈혈증상을 호소할 수 있고, 한의학에서는 혈허(血虛)라는 진단을 통하여 치료로서 증상을 소실시킬 수 있다. 따라서 병을 보는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지 않고는 영원히 서로의 갭을 매울 수 없을 것이다. 

여성의 질염(膣炎)의 치료에 있어서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질염은 냉(冷)이나 대하(帶下)라 불리우는 질 분비물, 작열감(灼熱感), 가려움증, 외음부의 발적(發赤)과 피부의 손상을 동반한다. 이러한 경우의 양방의 치료는 분비물 검사를 통하여 증상을 유발하는 이상균을 동정(identification)하여 과잉 증식된 세균의 소멸과 증식억제를 위하여 항진균제나 항생제를 사용한다. 이에 대하여 한의학의 치료는 냉(冷), 대하(帶下)라는 말처럼 하복부가 냉하여 허리띠(帶) 밑으로 분비물이 흐르게 되는 원인인 자궁 난소를 포함한 하복부의 기혈순환 장애의 요인을 찾아 개선하여 정상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정상균과 이상균이 생리적 평형상태를 이룰 수 있도록 몸의 상태를 조절해 준다. 

이처럼 병의 원인을 외부의 요인으로 보아 그 대상(target)을 소멸시키는 서양의학은 인체 내외부의 병인에 대하여 병이 유발된 내 몸의 상태를 파악하여 항상성을 찾아주는 한의학과는 큰 인식 차이를 보인다.

위에서 간단한 몇 가지 실례를 통하여 두 의학의 차이를 이야기 하였는데, 그보다 더 두드러지는 상이함은 서양의학에서는 개체의 차이를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같은 질환에 대해서도 환자의 증상에 따른 변증(辨證-치료를 위하여 병의 증상을 판별하는 행위)을 통하여 각자 다른 처방을 할 수 있는데 반하여 서양의학은 하나의 병에 대하여 누구나가 다 적용되는 전병전방(專病專方)식의 처방을 구사한다.

장황하게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차이를 설명한 것은 광우병의 인식에 대하여도 똑같이 적용이 되기 때문이다. 광우병을 유발하는 물질의 규명에도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은 분명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물질이 왜 생기게 되는가에 대한 것도 중요하며, 그 과정에서 분석의 도구는 반드시 서양의학적인 관점으로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기(氣)나 체질(體質)이란 용어만 나오면 불필요하게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이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하여 관심을 갖자. 

내가 먹어야 할 음식은 따로 있다.

사람이 먹는 음식에 대하여도 더 이상 특정 성분과 영양이라는 천편일률적인 지표에만 매몰되지 말자. 예로부터 우리는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영양이나 건강적인 측면 모두에서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필자는 각자의 체질에 맞는 알고하는 편식을 권한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에서 성분이나 영양학적 측면에서 좋지 않은 음식은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음식을 먹고 나타나는 반응은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다. 방귀, 구토, 설사, 변비, 체기(滯氣), 트림, 신물, 속쓰림 등은 모두 몸에 맞지 않는 반응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전혀 반응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섭취하는 음식의 양이나 빈도가 반응을 나타내는 역치 이하여서 그렇다. 이렇게 음식으로 아무런 탈이 없는 사람들은 흔히 체질같은 것은 없다하고 당연히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낙숫물에 바위는 뚫리고, 가랑비에도 옷이 젖고, 먼지도 쌓이면 무게를 만드는 것이다. 나에게 맞지 않는 음식이 점차 많아지게 되면 한쪽으로의 극성(極性)을 띄게 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병의 상태로 이동하게 된다. 여러 가지 음식이 섞이면 그나마 서로의 기운이 중화(中和)되므로 별 큰 탈이 없지만 체질에 맞지 않는 기미(氣味)의 음식을 자주 섭취하게 되면 병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기가 상체로 편중된 사람이 같은 성질의 음식을 자주 오랫동안 먹으면 반드시 에너지가 상체로만 몰려서 하체가 약하게 되고, 역으로 기가 하체로 편중된 사람이 같은 성질의 음식을 먹으면 기가 더욱 하함(下陷)되어 위하수, 자궁하수, 치질 등 장기가 아래로 쳐지는 병이 초래된다.

대개 우리가 음식을 택하는 방식은 평소에 추구하는 기호나 서양의 영양학적 관점이다. 무슨 음식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있어 어디에 좋다는 식이다. 예컨대 포도는 색깔이 붉고 성분적으로도 철이 있어 적혈구 생성을 도와주고, 리노렌산, 아라티드산, 올렌산, 파밀트산 등 20여종의 지방산이 있어서 종양을 녹이고 혈관의 순환조절, 혈압조절, 자율신경 조절, DNA 합성에 기여 한다고 한다. 하지만 체질적인 개체 차이를 무시하고 음인(소음인, 태음인)이 고농도로 포도즙을 내어 먹고 지나친 이뇨의 촉진으로 전체 순환혈액량이 줄어 뇌혈류가 적어지면서 기립성 저혈압이 오고, 보상성으로 심계 항진도 오며, 누워만 있어도 천정이 잡아돌 정도의 어지러움을 느껴 병원에 가면 CT나 MRI상 이상이 없어 한의원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성분적으로만 접근해서 포도가 모든 사람에게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포도는 몸에 열이 많고 상체로 기운이 편중되어 있는 태양인의 번갈(煩渴)에 좋은 음식이지, 음인이 먹으면 오히려 해가 된다.

요즈음 논란이 된 옥수수 수염차도 마찬가지이다. 양의학계에서는 칼륨(K)이 많아서 신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고 하고, 한의학계에서는 성미가 강렬하지 않을뿐더러 이뇨작용이 있고 예전부터 한약재로 쓰여 왔으니 문제없다고 한다. 둘의 관점은 모두 맞다. 하지만 엄연히 사람에 따라 다르다. 기(氣)가 상체로 치우치고 몸에 화열(火熱)이 많아 이뇨가 억제되는 사람에게는 먹을수록 이로울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기가 아래로 하함(下陷)되어 마시는 물에 비하여 소변량이 많고, 몸이 차서 신진대사가 잘 안되는 사람에게는 과도한 이뇨작용으로 당연히 적은 양마저도 신장에 해(害)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명심보감의 말에 지부장무명지초(地不長無名之草)라는 말이 있다. “땅은 이름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란 말이다. 모든 풀과 음식들이 각자 다 그 효용이 있을 터인데 아직 우리가 그 쓰임을 다 찾지 못하였거나, 잘 못 쓰고 있거나, 과학이란 이름으로 검증을 못했을 뿐이다. 각자의 체질과 병증에 맞는 올바른 음식과 약으로 쓰임을 받을 때 우리의 건강과 행복이 제대로 지켜질 것이다.

천려일실(千慮一失)의 교훈

천려일실(千慮一失)이란 말이 있다. “천 번 생각에 한 번 실수”라는 뜻이다. 아무리 슬기롭고 현명한 사람도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더구나 그 실수가 얼마든지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촉발할 수도 있다. 하물며 불확실성을 사는 우리에게 아무리 뛰어난 현대과학이 있다고 해도 우리가 통제 불가능한 변수는 무수히 도사리고 있다.

이미 광우병의 유력한 요인으로 밝혀진 사실인 소에게 소를 포함한 다른 동물성 사료(육골분)의 투여 금지는 물론이려니와 필자의 가설(假說)을 참조하여 다른 동물에게도 자신의 고기를 사료로 먹이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더 나아가 한의학적 이론상 광우병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양인(陽人-태양인, 소양인)이라면 다른 병의 예방을 위해서라도 쇠고기를 금하는 편이 안전하다. 지금 요인이 확실히 밝혀져있지 않다고 하여 결코 안전성이 확보된 것이 아니므로 애써 무시하면 큰 화(禍)를 자초할 수 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은 무용지물이다. 좀 더 겸허한 자세로 만전을 기하는 편이 여러모로 낫다. 

세상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너무나 많다. 욕심내지 말고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만을 먹어도 영양학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너무 어렵다면 음식에 대하여 그러한 관점을 가지고 맞는 음식을 위주로 먹되, 맞지 않는 음식은 최대한 피하고, 피할 수 없다면 최소한만 먹도록 하자. 인간이든 다른 동물이든 이것이야 말로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글> "환한 웃음, 밝은 세상" 서울경희한의원(www.aegizip.com) 이병삼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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