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이병삼 박사의 서울사랑 기고 글

 

서울시청에서 발행하는 월간 서울사랑에
서울경희한의원 이병삼박사가 
2010년 5월부터 매 달 정기적으로 기고하시는
칼럼을 소개합니다.
(PDF 파일을 보기위해서는 Acrobat Reader 프로그램을 설치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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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0년 5월호 "이제 물도 전략적으로 마셔야 한다"
2. 2010년 6월호 "내 몸에 맞는 것은 따로 있다"
3. 2010년 7월호 "올바른 이열치열로 건강한 여름나기"
4. 2010년 8월호 "먹는 것의 중요함을 생각해 본다"
5. 2010년 9월호 "침과 뜸 그리고 한약"
6. 2010년 10월호 "가을에서 배우는 인생살이"
7. 2010년 11월호 "감기이야기"
8. 2010년 12월호 "약주(藥酒)와 독주(毒酒)사이"

9. 2011년 1월호 "건강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10.2011년 2월호 "내 몸의 주인은 마음입니다"
11.2011년 3월호 "봄나물로 봄의 향연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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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0년 5월호 "이제 물도 전략적으로 마셔야 한다"
<여기를 누르시면 서울사랑 2010년 5월호 pdf 파일을 보실수 있습니다. 72/75면에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어수선했던 마(魔)의 4월이 가고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성큼 다가왔다. 연둣빛 신록은 어느 덧 제법 푸르름으로 탈바꿈했다. 흔히 사람의 능력이나 형편, 상태가 좋아질 때 물오른 봄 나무와 같다고 한다. 따뜻한 공기가 상승하면서 물 또한 중력을 거슬러서 뿌리에서 줄기, 가지, 잎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우리 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혈액의 양이 충분하고 그 점도가 묽어 순환이 잘 이루어져야 몸이 따뜻해지고, 몸이 따뜻해야 다시 물을 찾게 되며, 마신 물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몸속에서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물은 산소와 함께 사람이 생명활동을 유지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요소이다. 사람의 몸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60∼85%에 이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무리 물을 마셔도 몸속에 가두어두지 못하고 빠져나간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 섭취한 물이 피부, 호흡, 대소변을 통하여 유실되는 양은 다르다. 특히 몸이 찬 사람은 물을 잘 마시지도 않을뿐더러 마셔도 소변을 통하여 유실되는 양이 많고 그 횟수도 잦다. 누구나 겨울이 되면 화장실에 자주 가는 이치와 같다.

한의학적인 이론에 의하면 신장 방광을 포함한 몸의 아래 부분에서 물을 끓임으로써 수분을 기화하여 온몸을 덥혀준다. 그러나 기온이 떨어지거나 몸이 차가워지면 수증기가 액화되어 소변을 많이 생성하게 된다. 수면 중에도 외부의 기온이 떨어지고, 몸도 움직이지 않으니 열의 발생이 적고, 심장 또한 최소한의 혈액만을 순환시키게 된다. 따라서 평소에 순환혈액량이 부족하여 손발이 차거나, 저리고 쥐가 나며, 어지럽거나, 두통이 있는 사람들은 소변이 과다하게 생성되어 자다가 일어나서 소변을 보게 되는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노화에 의하여 몸이 차거나 신체 활동량이 적은 사람도 그렇다.

그런데다 이러한 사람들이 커피, 녹차, 보이차, 우롱차, 코코아, 초콜릿, 옥수수 수염차, 보리차 등을 마시게 되면 그 안에 들어있는 카페인, 테오필린, 테오브로민 등의 성분에 의하여 소변량이 많아지게 되므로 오히려 마신 물의 양에 비하여 과도한 이뇨작용으로 수분을 몸에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위의 증상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몸을 움직여 덥혀 줌으로써 물을 찾도록 하고, 마신 물이 몸에 머무를 수 있게 해주어야 하며, 이뇨작용이 있는 음료를 삼가야 한다. 또한 적당히 염분을 섭취하여 혈액의 삼투압에 의하여 물을 혈관내로 흡수하여 몸의 순환혈액량을 늘려주어야 한다. 특히 운동이나 사우나 등으로 땀을 많이 흘린 뒤에 또 다시 이뇨작용이 있는 음료를 마시거나 적당히 염분을 보충하지 않으면 과도한 탈수에 의하여 오히려 건강을 상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물의 섭취량과 소실량과의 밸런스를 항상 염두에 두지 않으면 마시기 싫은 물만 억지로 마셔야 하고, 과도한 소변의 생성은 결국 신장을 혹사시켜 단백뇨, 혈뇨, 신부전을 야기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자칫하면 물을 마실수록 오히려 몸에 부담만 되고 그 부작용에 시달릴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물도 무작정 마실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반드시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소화기관이 냉하여 평소에 설사가 잦거나, 자주 체하고, 음식의 섭취량이 적은 사람들은 미지근한 물을 마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화흡수에 필요한 비위(脾胃)의 화력을 상하게 하여 소화장애와 복통을 유발할 수 있고, 잦은 설사에 의하여 치질이나 대장 항문질환의 위험성도 높아지게 된다. 

국이나 찌개를 먹을 때에도 밥을 말아서 먹는 것보다 밥과 반찬을 충분히 씹어서 넘긴 다음에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이 좋다. 말아서 먹게 되면 입안에서 충분히 음식물을 씹지 못하게 되므로 위장이 물리적으로 분해해야할 일이 많아진다. 마찬가지로 물과 음식이 혼합되면 위장의 소화기능에 부담이 되므로 물은 식간에 마시는 것이 좋다.

모쪼록 물만 많이 마셨다고 안심하지 말고 내 몸에서 물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만들어진 상태인지를 잘 점검하여 물오른 봄 나무처럼 최고의 건강상태를 구가하자.


2. 2010년 6월호 "내 몸에 맞는 것은 따로 있다"
<여기를 누르시면 서울사랑 2010년 6월호 pdf 파일을 보실 수 있습니다. 72/76면에 있습니다.>

흔히들 암과 같은 위중한 병에 걸리게 되면 대개의 사람들은 특정 암에 좋다는 음식과 약물 및 치료법을 찾는데 혈안이 된다. 그러다보면 요행히 살아남았거나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정확히 맞는 방법이 적용되어 완치된 사람의 경험담을 접하게 된다. 문제는 그러한 방법을 적용하는데 있어 그 사람과 환자 본인의 차이에 대하여 아무런 고려가 없다는 것이다. 마치 그 사람이 사용한 방법만이 유일무이한 해결책인 것처럼 알고 맹목적으로 따르게 된다. 하지만 그와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고도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오히려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록 같은 병명으로 진단되었다 해도 그 병이 온 원인과 각자의 몸 상태가 사람마다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우리는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영양이나 건강적인 측면 모두에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필자는 각자의 체질과 증상에 맞는 알고하는 편식을 권한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에서 성분이나 영양학적 측면에서 좋지 않은 음식은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음식을 먹고 나타나는 반응은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다. 방귀, 구토, 설사, 변비, 체기(滯氣), 트림, 신물, 속쓰림 등은 모두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반응이다. 따라서 그러한 음식은 피하면 된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전혀 반응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섭취하는 음식의 양이나 빈도가 반응을 나타나게 하는 정도이하여서 그럴 뿐이다. 이렇게 음식으로 아무런 탈이 없는 사람들은 흔히 체질같은 것은 없다하고 당연히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낙숫물에 바위는 깨어지고, 가랑비에 옷이 젖고, 먼지도 쌓이면 무게를 만드는 것이다. 어쩌다 한번이야 괜찮겠지만 나에게 맞지 않는 음식이 점차 많아지게 되면 한쪽으로의 극성(極性)을 띄게 된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병의 상태로 이동하게 된다. 여러 가지 음식이 섞이면 그나마 서로의 기운이 상쇄되므로 별 큰 탈이 없지만 체질과 몸의 상태와 맞지 않은 기운과 맛이 있는 음식을 자주 섭취하게 되면 반드시 병이 발생한다.

우리가 음식을 택하는 방식은 대개 평소에 추구하는 기호나 서양의 영양학적 관점이다. 무슨 음식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있어 어디에 좋다는 식이다.  TV에서 매주 방송되는 유명한 프로그램에서는 매주 몸에 좋다는 음식을 소개한다. 사실 여기에 등장하는 음식 중에서 색다른 것은 별로 없다. 수 천 년 동안 우리가 늘 먹어왔던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수년간 더 이어진다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음식이 다 등장할 것이다. 결국 어떠한 음식이라도 어디에는 좋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아무 음식이나 먹어도 될 텐데 왜 굳이 이러한 방송이 필요할까?

또한 많은 사람들이 현혹되기 쉬운 것이 연구결과이다. 물론 음식이나 약물에 대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과학적인 기법을 동원하여 연구를 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제한된 조건에서 시행되며 때로는 정반대의 연구결과가 나올 때는 어찌해야하는가? 커피에 대하여도 한쪽에서는 적당히 마시면 고혈압, 천식, 심장병의 예방에 좋다고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카페인의 과도한 이뇨작용에 의한 온갖 부작용을 주장한다. 과연 누구의 말을 믿어야하나? 그리고 그 “적당히”라는 기준은 누가 정해주며, 누구에게나 통하는 기준일까? 커피라는 대상은 하나이지만 단지 그것을 마시는 사람에 따라 다를 뿐이다.

이제까지의 연구들은 특정 물질을 분리하고 그것에 대한 효능과 효과를 검증하려는 노력에만 치중하였다. 이제라도 그러한 물질들이 각자의 몸에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칼슘이 우리 몸에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우유에 칼슘이 아무리 많이 들어있으면 무엇하랴? 그것을 먹고 소화시킬 수 없다면 무용지물(無用之物)에 불과하다. 아니 그것을 분해해내는데 오히려 정기를 소모하여 몸에 더 해가 될 수도 있다.

흔히들 생각하듯 육류는 무조건 우리 몸에 나쁘고 야채나 과일은 모두 다 좋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육류 중에도 각자에게 필요한 것이 있고 야채나 과일 중에도 해로운 것이 있다. 음식도 그러한데 하물며 약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지금부터라도 음식과 약물에 대한 우리 몸의 반응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들이 각자의 체질과 병증에 맞게 올바로 쓰임 받을 때 진정 우리의 건강과 행복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3. 2010년 7월호 "올바른 이열치열로 건강한 여름나기"
<여기를 누르시면 서울사랑 2010년 7월호 pdf 파일을 보실 수 있습니다.  37/38면에 있습니다.>

흔히 여름철이 되면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하여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먹으면서 땀을 흘리게 되는데 이는 한의학적으로도 상당한 근거가 있다. 여름에는 피부 쪽으로 열이 몰리게 되어 상대적으로 안에 위치한 소화기는 차기 마련이다. 또한 빙과류나 찬 음식, 과일이나 야채 등의 생(生) 것을 자주 먹고,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자주 쏘이게 되므로 오히려 속이 차서 생기는 설사, 복통, 소화불량이 오기 쉽다. 따라서 이럴 때는 따뜻한 성질의 삼계탕이나 개고기 등을 먹어서 비위(脾胃)를 따뜻하게 하면 좋다. 이러한 음식들은 흔히 보양식으로 불린다. 단백질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여 몸을 보양(保養)하는 측면이 있고, 또한 땀을 흘리면서 소실되는 양기(陽氣)를 보충하는 보양(補陽)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나에게 맞는 보양식은 어떤 것이 좋을까? 보약과 마찬가지로 보양식도 반드시 자신의 체질과 현재의 몸 상태에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묻지마” 식 남용과 요용은 오히려 몸의 건강을 해친다. 

우리 몸의 양기(陽氣)란 다름 아닌 혈액의 작용을 말한다. 체온을 유지하는 것도 생명의 동력이 되는 것도 모두 혈액이 근간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과도하게 땀을 내어 수분이나 혈액량이 부족하게 되면 직접적인 양기(陽氣)의 손실을 가져오는 것이다. 여름에 다른 사람에 비하여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을 보고 누구라도 결코 건강하다 하진 않는다. 이는 피부에 흐르는 양기의 부족으로 땀구멍을 열고 닫는 조절작용이 실조되어 혈액이 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름철에 먹는 보양식의 재료는 거의 모두 온열(溫熱)한 성질로 구성이 된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닭, 인삼, 황기, 생강, 대추 등이 그렇고 개고기 또한 더운 성질이다. 흑염소, 추어탕, 옻닭, 오리탕, 장어탕 등 대부분의 보양식도 양기를 돋우는 것에 치중되어 있다. 하지만 체질적으로 화열(火熱)이 많은 사람이 자주 즐기면 오히려 수분과 혈액의 양을 줄여 혈압을 올리거나 시력을 떨어뜨리고 피부질환이나 소화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성질이 차고 지방질이 많은 돼지고기나 양고기 등을 먹는 것이 좋다. 

또한 여름이면 선풍기를 끌어안고 살며, 더위를 많이 타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라도 아랫배가 차고, 찬 것을 먹으면 탈이 나고, 대변이 무르거나 잦은 사람이라면 소화기는 냉한 것이니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보양식이 도움이 된다. “몸에 열이 많다, 적다”의 기준은 소화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므로 자신이 임의로 판정하지 말고 반드시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결국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과 불의 균형과 조화이다. 특히 물은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수분은 우리 몸에 다양하게 분포하여 혈액중의 혈장(血漿), 점막의 진액(津液), 관절낭의 활액(滑液)으로서의 기능을 한다. 하지만 섭취하는 물의 양에 비하여 땀이나 소변, 설사, 구토, 출혈 등이 과도하게 되면 몸이 병적인 상태에 빠지게 된다. 혈장의 양이 줄어들게 되면 혈액의 점도가 끈끈해져서 저리거나 쥐가 나는 담(痰)의 증상이 오며, 혈액순환 장애에 의하여 피로, 무기력, 두통, 어지러움, 수족냉증, 생리통, 가려움증 등이 발생하게 된다. 점막으로의 진액이 부족하게 되면 안구건조증, 구갈(口渴), 인후 건조감, 기침, 천식, 변비, 질 건조감 등이 온다. 관절낭의 활액부족은 연골의 마모를 가중하여 관절염에 의한 통증과 부종을 야기한다. 

따라서 여름철에 이열치열이라 하여 너무 자주 과도하게 땀을 흘려 수분을 손실하게 되거나, 체질적으로 화열이 치성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양기만을 보강하면 오히려 수분의 부족을 야기하여 이와 같은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 또한 여름철에는 보약(補藥)을 먹어도 땀으로 빠져서 효과가 없다는 말들을 한다. 그러면서도 땀을 많이 흘려서 지치기 쉬우므로 보양식은 자주 먹어야 한다고 한다. 똑같은 논리인데 보약과 보양식을 구분하여 정반대의 행동을 취하는 이유를 이해 할 수 없다. 모쪼록 몸에 맞는 보약과 보양식으로 지친 몸을 잘 보강하여 건강한 여름을 보내고 앞으로의 긴 겨울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4. 2010년 8월호 "먹는 것의 중요함을 생각해 본다"
<여기를 누르시면 서울사랑 2010년 8월호 pdf 파일을 보실 수 있습니다.  72/75면에 있습니다.>

“식의(食醫)란 행여 임금님께서 드셔서는 안 될 음식이 무엇인지 또 어떤 음식을 드셔야 옥체에 이로운지 밤낮으로 전하의 음식과 건강을 생각하는 자리이옵니다.” 한때 온 국민의 시선을 붙잡은 드라마 대장금(大長今)에 나온 대사이다. 식의란 먹는 음식을 통해 병을 사전에 막아 약을 쓰지 않고도 음식으로 병을 다스리는 의원을 말한다. 

동의보감에도 의사는 먼저 병의 근원을 밝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고 나서 음식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또한 고대 중국의 명의로 소문난 편작도 왕비의 병을 치료한 후 왕에게 자신보다 으뜸가는 의사로 자신의 두 형님을 고하고 있다. “저희 큰 형님은 비록 의생으로서 돈은 못 벌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미리 헤아려 사람들의 근심 걱정을 풀어 주고 재앙이 나지 않도록 잘 돌보아 마음의 병을 고치시는 의사 중 최고의 의사라고 할 수 있는 심의(心醫)이옵니다.", "또한 저의 둘째 형님은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조심하게 하고, 음식을 잘 가려 먹도록 하여 병이 나지 않도록 하는 식의(食醫)이십니다".

현대에 있어서도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 하여 음식과 약은 근원이 같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정작 음식을 선택할 때는 그리 큰 고민을 하지 않는다. 단지 영양이 풍부한 음식은 무조건 누구에게나 약처럼 좋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거나, 무엇은 어디에 좋은 음식이라며 마치 최면이나 걸린 것처럼 맹목적으로 섭취하거나, 음식이 함유한 특정 성분의 효능에만 너무 매몰되는 경향도 많아 보인다. 하지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에서 성분이나 영양학적 측면에서 좋지 않은 음식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섭취한 후에 불량반응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방귀, 구토, 설사, 변비, 체기(滯氣), 트림, 신물, 속쓰림, 알레르기, 두드러기 등이 생긴다면 해당 음식이 자신의 몸에 맞지 않을 확률이 높다. 여러 가지 음식이 섞이면 그나마 서로의 기운이 상쇄되므로 별 큰 탈이 없지만 자신의 체질과 상반된 음식을 주로 섭취하게 되면 반드시 병이 발생한다. 약도 병의 증상이나 상태에 맞게 쓰지 못하면 오히려 화(禍)를 입히듯 음식도 오랜 세월 자신의 몸 상태에 맞지 않게 먹게 되면 반드시 이로움보다는 해(害)와 독(毒)이 심하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건강유지란 명목으로 영양제를 포함한 온갖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한다. 하지만 제대로 검증이 안 된 것도 많을뿐더러 오용(誤用)이나 무분별한 남용(濫用)에 의하여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반응이 민감한 사람이거나 용량이나 농도가 높아서 부작용이 눈에 띈다면 바로 복용을 중지하겠지만 별다른 특이 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단지 판매회사에서 주장하는 효능만을 맹신한 체 오랫동안 복용한다면 그 폐해는 생각보다 매우 심각하다. 따라서 반드시 전문가에 자문(諮問)하여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약(補藥) 또한 마찬가지이다. 전문가인 한의사의 정확한 진찰을 통하여 허(虛)한 곳을 정확히 간파해야 적절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귀중한 시간, 금전, 노력의 비용을 들이면서도 자칫 건강을 해치는 우(愚)는 범하지 말자. 또한 누구나 식의(食醫)가 되어 건강을 위해 먹는 음식이나 차(茶), 건강기능 식품 등에 의하여 오히려 병이 드는 오류는 피해야 한다. 잘못된 음식은 자칫 약(藥)에서 독(毒)으로 돌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5. 2010년 9월호 "침과 뜸 그리고 한약"
<여기를 누르시면 서울사랑 2010년 9월호 pdf 파일을 보실 수 있습니다.  70/75면에 있습니다.>

한의학의 대표적인 치료법을 이야기할 때 흔히 “1침 2구 3약”이라 한다. 바로 침, 뜸, 한약을 지칭하는 것이다. 여기에 굳이 순서를 매긴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하여는 설이 분분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것은 시술 후 반응이나 치료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시술을 적용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의 순서가 아닐까 한다. 

침은 환자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고, 그 반응 또한 바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침의 효과를 나타내는 표현 중에 입간견영(立竿見影)이라는 말이 있다. “장대를 세우자마자 바로 그 그림자를 볼 수 있다”는 말로서 침을 놓자마자 통증이 소실된다거나, 마비가 풀리거나, 옴짝달싹하지 못했던 근육이나 골절을 움직일 수 있거나, 막혀있던 말문이 트이거나, 수일동안 보지 못했던 변이 풀리거나, 체기로 인하여 정체된 위장이 움직이는 것 등이다. 주로 병의 경과가 급성이거나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경우에는 그만큼 침의 적응증이 많고 효과 또한 눈앞에서 바로 볼 수 있을 때가 많다. 

뜸은 침에 비하여 한번 치료에 걸리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병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치료기간도 오래 걸린다. 뜸을 표현하는 한자어인 구(灸)는 오랠 구(久)와  불 화(火)의 합성어이다. 그만큼 약한 불을 오랫동안 신체에 적용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밥을 짓거나 음식을 삶을 때 센 불을 이용하여 찌거나 익히고 나서 뚜껑이나 덮개를 열지 않고 일정시간동안 그 열기를 유지하게 하는 행위인 “뜸을 들인다”는 표현도 여기에서 나오지 않았다 생각된다. 뜸이란 그만큼 상당한 시간동안 뜨거운 열 자극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몸에 직접 뜨는 직접구는 그 자극도 상당히 강하다. 쌀알정도 크기로 마른 쑥을 뭉쳐서 아픈 부위에 올려놓고 불을 붙이면 쑥이 타들어 가면서 약간의 화상을 입힌다. 이때의 통증은 어른인 장정(壯丁)도 참기 힘들다 하여 뜸의 횟수를 이르는 말을 “장(壯)”이라 한다. 예를 들어 특정한 혈자리나 아픈 곳에 “뜸을 10장 떠라”하는 것은 위와 같이 뜸을 뜨는 횟수를 연속해서 10번하라는 말이다. 하여간 뜸은 궁극적으로 몸에 열을 넣어주는 행위로서 급성이나 열성질환보다는 상대적으로 만성병의 형태로 차서 생긴 질환에 많이 응용된다. 따라서 몸이 너무 마르거나 열이 치성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약은 침 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복잡하거나 오랜 치료기간을 요하는 병에 투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침과 뜸도 장기간 적용해야 할 경우도 있고, 한약 또한 감기나 음식에 의한 체기(滯氣) 등 병에 따라서 짧은 기간에도 효과를 거두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만성적으로 진행된 병이나 오래된 허손(虛損)을 물질적으로 보해주는 것에는 한약이 가장 대표적이며 침과 뜸과 병행해서 적용하면 치료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물론 침, 뜸, 한약 모두 해당 의료의 전문가인 한의사에 의한 정확한 진단하에 치료에 필요한 종류와 방법, 소요기간 등의 구체적인 치료 계획이 결정된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이라는 말은 작디작은 침으로도 얼마든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말과 통한다. 비록 칼이나 총처럼 순식간에 물리적으로 살인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인체의 생리와 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이 단순히 “무슨 병에 어느 혈(穴)”이란 전병전방식(專病專方式) 사고로 시술한다면 결국 병을 악화시키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뜸도 마찬가지이다. 혹자는 뜸으로 AIDS나 암뿐 아니라 못 고칠 병이 없다고 허세를 부리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뜸은 한의학의 주된 치료도구 중 하나로 몸을 덥혀주고,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면역력을 증강시켜 줄 수는 있지만 결코 모든 병증에 모든 사람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다. 반드시 체질과 증상에 맞게 적당한 정도로 써야 한다. 언뜻 보기에는 아주 적은 비용으로 놓는 자리와 적응증상 몇 개만 익히고 외워서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또한 홍삼을 파는 사람들은 “인삼은 열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지만 홍삼은 체질과 증상에 관계없이 누구나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사실과 다르다. 이 세상에 누구에게나 맞고 모든 병증에 들어맞는 약은 존재할 수 없다. 홍삼은 인삼의 열(熱)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따뜻한 성질로서 몸에 열이 있거나 열이 조장될 수 있는 체질에 장기적으로 또는 많은 용량이 투여되면 반드시 열에 의한 부작용이 생긴다. 

인체는 그리 간단한 기계가 아니라 작은 우주(宇宙)에 비견된다. 그만큼 복잡다단하며 온 몸의 장부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의자(醫者) 의야(意也)”라 하였다. 한번 진단된 병명과 전형적으로 나타난 증상에만 매몰되지 말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몸의 상태를 예의주시하여 잠시라도 마음을 놓거나 고삐를 늦추면 안 된다. 그만큼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의료인에게 생명을 다룰 수 있는 면허를 주는 것은 권한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을 지어주는 것이다. 침 뜸 한약은 반드시 한의사에 의하여 제대로 사용될 때만이 그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6. 2010년 10월호 "가을에서 배우는 인생살이"
<여기를 누르시면 서울사랑 2010년 10월호 pdf 파일을 보실 수 있습니다.  31/34면에 있습니다.>

이제 완연한 가을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모두 각자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삶의 깨달음을 주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특히 가을은 변화의 절기인데 우리의 몸을 정상적으로 운행케 하는 원리와 병이 생기는 이치가 모두 잘 담겨져 있습니다. 가을의 계절적 특성과 그에 맞춘 몸의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봄에는 산천초목이 중력을 거슬러 싹을 틔우는 발생의 시간입니다. 여름은 잎과 줄기가 무성해지고 태양에너지가 최고조로 달합니다. 이러한 양의 기운이 통합과 조정의 기능을 담당하는 장하(長夏-여름과 가을의 사이를 지칭하는 절기)의 시기를 거쳐 음의 기운으로 전환되기 시작하는 절기가 가을입니다. 기운을 수렴하여 형체를 만들기 시작하며 만물의 결실이 이루어집니다. 겨울에는 음의 기운이 절정에 치달아 가장 응축되고 침잠하는 시기입니다.

변화에 잘 적응하기

봄과 가을이 환절기의 대표가 되는 이유는 에너지의 방향성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유턴(u-turn)을 하는 시기입니다. 봄은 차가운 음(-)의 기운이 양(+)의 기운으로 전환되는 시기이며, 가을은 뜨거워진 여름을 지나서 양(+)의 기운이 (-)의 기운으로 바뀌는 시절인 것입니다. 따라서 몸에서 적응력이 떨어진 사람은 이러한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감기나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포함한 여러 질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예로부터 봄과 가을에 주로 보약(補藥)을 먹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영양분이 부족하기 쉬운 겨울에 보약을 먹어 봄을 대비하고, 지치기 쉬운 여름에도 보약을 통하여 몸을 보충하면 가을을 건강하게 맞이할 수 있습니다. 

서양의학에서는 감기를 바이러스 질환으로 봅니다. 또한 바이러스의 활동력은 추울 때 최고조에 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감기는 봄과 가을에 접어드는 환절기에 많습니다. 또한 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해졌다가 갑자기 추워질 때 많이 걸립니다. 따라서 절대적인 온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온도변화에 맞춰 연착륙(軟着陸)할 수 있는 내 몸의 적응력의 차이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감기에 걸리지 않게 갑작스런 기후 변화에 무난히 적응하기 위하여 내 몸의 정기를 기르도록 합시다.

결실에 대한 평가

가을은 결실과 수확의 계절입니다. 하지만 봄에 꽃을 샘하는 추위가 오듯이 가을에도 연례행사처럼 태풍이 지나갑니다. 태풍의 강도가 너무 세다면 거의 무차별적으로 모든 산천초목이 뽑히고 부러지고 쓰러지겠지만 남의 집 논은 멀쩡한데 반하여 벼가 다 쓰러져 수확을 포기하고 속을 태우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여름내 화학비료를 통하여 외형만 무성하게 키운 결과입니다. 또한 분명히 같은 환경에서 자라는데도 알곡과 쭉정이가 둘 다 생깁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액면과 간판이 지나치게 중시되다보니 의료 분야에서도 성형, 피부, 미용쪽으로의 쏠림현상이 강합니다. 하지만 건강한 피부의 미결은 편한 마음과 오장육부의 건강상태에 달려있습니다. 또한 자녀의 키만 키우는데 혈안이 되어있어 의외로 키만 크고 건강은 부실한 아이가 많습니다. 외형에만 매몰되지 말고 마음은 건강한지, 보이지 않는 오장육부는 건강한지, 검사상의 정상 판정과 함께 기능적으로도 건강한지, 단지 나타난 병만 없는 상태인지 완실무병한 것인지 이 가을의 결실 앞에서 여러분도 냉정한 심사와 평가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숙살(肅殺)에서 살아남기

가을의 마지막은 살벌(殺伐)합니다. 타는 듯 아름답던 단풍도 된서리 한 번에 생기를 온전히 소실한 체 떨어져 뒹굽니다. 산천초목이 잎들을 떨구고 수분과 생기를 잃고 무차별적으로 깨끗이 제거되는 숙청(肅淸)과 살멸(殺滅)의 시간입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서도 꿋꿋이 살아있는 송백(松柏)의 절개와 겨울을 이기고 금은(金銀)의 꽃을 피우는 인동(忍冬)의 끈기와 눈 속에서도 봄을 알리는 첫 전령의 역할을 수행하는 매화의 기품은 희망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숙살의 과정은 불가피합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고, 한 세대가 가야 다음 세대가 출현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늦가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은 항생제와 수술입니다. 분명 의료에서 이 두 가지는 필요불가결합니다. 하지만 무분별하거나 남용되면 오히려 해가 됩니다. 항생제는 우리 몸에 필요한 정상 세균총마저 죽여버려 몸의 평형상태가 깨질 수 있고, 박테리아도 그들의 생존을 위하여 끊임없이 변종을 만들어내어 항생제를 무력화시킵니다. 또한 수술은 근본적인 원인치료가 아니고 잘못된 현상에 대한 결과물만을 제거한 것이므로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해야하고 수술없이 보존치료만으로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경우는 그러한 노력을 우선해야 합니다. 우리 몸에 제거해야 할 종양이 있다면 사실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종양을 제외한 내 몸 전체에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 문제의 해결에는 관심이 없고 결과물인 종양을 제거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재발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술이나 항생제는 절제있게 사용되어야 하고 반드시 근본적인 원인치료가 병행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무차별한 가을의 숙살을 피하여 생기를 보존하는 섭생을 통하여 무병장수를 만들어 갑시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가을날 여러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7. 2010년 11월호 "감기이야기"
<여기를 누르시면 서울사랑 2010년 11월호 pdf 파일을 보실 수 있습니다.  32/33면에 있습니다.>

절정을 이룬 단풍도 이제 낙엽으로 변하고 어느새 추워진 날씨는 겨울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감기를 포함한 호흡기 질환이 극성을 부릴 시기입니다. 흔히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합니다. 감기가 진행되어 폐렴, 중이염 등의 더 큰 병이 올 수 있다는 말도 되겠지만 그보다는 감기에 걸릴 정도로 기본적인 체력이 고갈되고 몸의 상태가 약하기 때문에 당연히 다른 병에도 취약할 것이라는 해석이 더 적절하다고 봅니다.

감기에 대한 동서양의 공통된 인식

감기(感氣)라는 한자어를 풀어보면 “기운에 감촉되었다”는 뜻입니다. 또는 감모(感冒)라고 하여 “감촉되어 갇혀있다” 정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때의 기운이란 것은 대개 바람과 추위인 풍한(風寒)을 말합니다. 또한 감기의 고어인 “고뿔”도 흔히 “콧속에서 불이 난다”는 뜻으로 잘 못 알려져 있지만 그 어원은 “춥다”라고 합니다. 영어 표현에서도 감기는 "catch a cold"로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감기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추위로 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한의학에서는 고전적으로 자연계에서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여섯 가지의 기운을 인식하였습니다. 이 육기(六氣)는 풍한서습조화로서 바람, 추위, 더위, 습기, 건조함, 화기인데 이것은 또한 병을 유발하는 기운으로도 작용하여 그럴 때는 육기가 아닌 육음(六淫)으로 칭하였습니다. 그리고 감기는 주로 추위에 상하여 오는 경우를 가장 많이 말하였지만 바람이 추위나 더위와 합하여 오는 것도 언급되었습니다. 

감기의 원인은 오로지 바이러스 때문일까요?

서양의 과학은 눈에 보이는 실체를 중시하여 발달하였습니다. 공학의 발달로 인한 전자현미경의 등장으로 이제 감기의 원인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기는 바이러스 질환이라는데 왜 항바이러스제 대신에 항생제를 쓸까요? 물론 신종 flu에는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일반 감기에는 쓰지 않습니다. 또한 감기에 의한 합병증에 의하여 폐렴이나 중이염이 왔을 때는 항생제도 써야 하겠지만 항생제의 오남용으로 인한 내성으로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하여 이제 사소한 질환으로도 생명을 잃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병에 대한 저항력의 약화로 감기만 걸려도 죽을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입니다. 그리고 바이러스는 추울 때 활동성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겨울에만 감기가 있어야 하고 사시사철 더운 열대지방에서는 감기가 없어야하지 않을까요? 그러므로 감기는 바람, 찬 기운, 건조함 등의 기운이나 갑작스런 온도차에 적응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추운 겨울에도 내내 감기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날씨가 포근했다가 갑자기 추워질 때 자주 걸립니다. 

독감, 신종플루, SARS! 예방접종만이 능사일까요?

작년에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신종플루, 몇 해 전 맹위를 떨쳤던 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독감에 대하여 예방접종만이 유일한 대안일까요? 물론 예방접종도 필요하겠지만 예방접종 없이도 안 걸리는 사람이 훨씬 더 많고, 걸려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감염되지 않도록 내 몸의 정기를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또한 독감 예방주사로 일반 감기는 예방할 수 없으며 대유행이 예상되는 특정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만을 예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 예상이 빗나간다면 그것도 무용지물입니다. 또한 예방접종으로도 항체가 생기지 않은 경우도 있고, 항체의 유효기간도 사람마다 달라 예방접종 후에 질환이 발병한 사례도 있으며 예방접종의 부작용도 완전히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예방접종만으로는 완벽한 대비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감기의 예방과 치료에 뛰어난 한의학

“감기는 치료하면 일주일, 내버려두면 7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만큼 감기에 약을 많이 쓰는 곳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구미선진국의 의사들은 감기에 걸렸을 때 푹 쉬면서 체력을 보충하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또한 한의원에는 오래되어서 낫지 않는 감기에 주로 내원하기 때문에 한약은 만성호흡기질환에만 잘 듣는다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급성 질환이나 감기의 초기에도 효과가 좋습니다. 물론 신종 flu든 예상되는 독감이든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의 접종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해당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질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으며, 걸려도 심각한 후유증없이 경미한 증상과 함께 금방 회복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외부의 요인도 중요하지만 그에 대응하는 내 몸의 저항력의 상태가 가장 중요합니다. 평소에 한의학적 방법으로 심신이 최적의 건강상태를 유지한다면 해당 질병에도 걸리지 않고 걸린다해도 충분히 치료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개인의 면역력, 저항력은 결코 특정한 하나의 음식이나 건강기능 식품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기혈과 음양이 완벽한 형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누구나 타고난 체질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 평상시에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감기와 더 큰 병을 막는 지름길인 것입니다.


8. 2010년 12월호 "약주(藥酒)와 독주(毒酒)사이"
<여기를 누르시면 서울사랑 2010년 12월호 pdf 파일을 보실 수 있습니다.  60/67면에 있습니다.>

벌써 한 해의 마지막 달입니다. 이곳저곳이 각양각색의 송년 모임으로 들썩일 때이지요. 이러한 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으로는 단연 술이 제일로 꼽힙니다. 지는 해의 아쉬움을 달래며 세상은 온통 권주가(勸酒歌)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술은 득과 실의 양면성이 있어 적당하게 마시면 신이 주신 은혜로운 선물(은물, 恩物)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악마의 재앙으로까지 변할 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두 얼굴의 야누스 격입니다. 어떻게 하면 술이 심신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하늘이 주신 감로(甘露)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내용을 주로 하여 살펴봅시다.

술의 장단(長短)

술은 성질이 아주 뜨겁습니다. 일 년의 절기 중 가장 춥다는 대한(大寒)에는 바다까지 얼지만 오직 술은 얼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온갖 사물 중에서 그 성질이 가장 열(熱)한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과하면 몸의 수분과 진액을 말려서 화열(火熱)을 조장합니다. 술의 맛은 쓰고, 달고, 맵고, 담담합니다. 쓴맛은 설사를 유발할 수 있고, 단맛은 비위의 기능을 도와줄 수 있으며, 매운 맛은 피부를 열어 땀을 나게 하고, 맛이 담백한 것은 소변을 잘 나오게 합니다. 술은 약 기운을 이끌어 전신의 체표를 통행시키고 인체의 가장 높은 곳에까지 이르도록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약을 달일 때 술과 물을 섞거나, 약재를 술로 찌거나 볶는 방법을 활용하였는데 이것은 주로 약 기운을 운행시키고, 온갖 나쁘고 독한 기운을 없애며, 혈맥을 통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술은 또한 위와 장의 기능을 좋게 하며, 피부를 윤기있게 하고, 근심을 없애주고, 평소에 울화(鬱火)가 쌓인 사람에게는 화를 나게 하여 풀어주며 속마음을 털어놓게도 합니다. 하지만 오래도록 마시면 정신을 손상하고 수명이 줄어들며,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하는데 이는 독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역대 의서들에는 술로서 성품과 정서를 도야(陶冶)할 수 있고, 풍한(風寒)을 몰아내어 혈맥을 통하게 하며, 나쁜 기운을 없애고, 약의 세력을 끌어올리는데 이만한 것이 없다고 그 장점을 기재하고 있습니다. 

동의보감의 음주금기(飮酒禁忌)

그렇다면 동의보감에서 제시하는 음주금기(飮酒禁忌)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첫째, 과음하지 말라. 주선(酒仙)으로까지 불리는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은 그의 시 장진주(將進酒)에서 ‘마시기로 했으면 한 자리에서 삼백 잔은 마셔야 한다(會須一飮三百杯)’고 읊었습니다. 하지만 동의보감에서는 석 잔을 넘으면 안 되고, 그보다 많이 마시면 오장(五臟)을 상하고 성품을 어지럽혀 발광하게 하니, 불가피하게 많이 마셨다면 빨리 토하는 것이 좋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얼굴이 하얀 사람은 순환혈액량의 부족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술의 더운 성질이 혈액을 소모하여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으니 더욱 과음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흔히 취할 때 부리는 호기를 객기(客氣)라 합니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술 주(酒)”자를 보면 술에 의하여 사람의 성품이 선악(善惡)에 나아가고, 길흉(吉凶)을 만든다고 하였습니다. 주인 되는 나의 온전한 정신이 술이라는 객(客)에 의하여 점령되었으니 주객(主客)이 전도된 것입니다.
둘째, 취한 후에는 과식하지 말라. 취후 과식은 열에 의하여 피부병을 유발하고, 특히 면(밀가루)을 먹으면 기공(氣空)이 막힌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취하고 과식한 후에 잠을 자게 되면 과도한 위산이 역류하여 역류성 식도염에 취약해지고, 심하면 음식물이 기도를 막거나 흡인성 폐렴으로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셋째, 배부른 상태에서 술을 먹고 잠자리하지 말라. 수많은 한의학 서적에서 제시하는 양생법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입니다. 포식하면 기(氣)가 비위(脾胃)에 몰려 흩어지지 않고, 술의 기운과 음식의 기운이 서로 다투어 안에서 열이 발생하여 전신에 퍼지게 되면 얼굴이 검어지고 기침을 하며 장기(臟器)의 맥이 손상되어 수명이 단축된다고 하였습니다.
넷째, 술을 빨리 마시지 말라. 빨리 마시면 폐를 상하게 된다. 흔히 음식을 잘못 삼켜 기관(氣管) 쪽으로 들어가게 되었을 때 갑자기 기침처럼 뿜어 나오는 기운을 이를 때 “사레든다.”고 합니다. 술을 마실 때도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또한 체내에서 알코올의 분해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대취하여 인사불성이 될 것이 자명합니다. 술을 빨리 마시는 것은 수명을 재촉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다섯째, 술을 마시고 아직 깨지 않았을 때 목이 많이 마른다하여 차나 물을 많이 마시지 말라. 그리하면 신장으로 들어와서 머무르는 독수(毒水)가 되어 다리와 허리가 무겁고 방광에 통증이 생기고 몸이 붓고 당뇨가 생깁니다. 한의학에서 술을 깨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땀을 내거나 소변을 순조롭게 통하는 것입니다. 술이 깬 후에 목이 마를 때 목을 적시는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것은 괜찮으나 술이 깨지 않았을 때의 과도한 물은 처리해야 할 쓰레기만 가두어 모으는 격입니다.
여섯째, 술을 마시고 찬바람을 쐬거나, 뛰거나 높은 곳을 넘지 말라. 목소리를 잃거나 구토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술은 습하고 열이 있어 몸에 열을 냅니다. 따라서 술을 먹고 나면 땀구멍이 열려 있는 상태입니다. 이 때 찬바람을 만나면 폐가 손상되어 기침을 하거나 목소리가 안 나옵니다. 또한 술을 마신 후 얼마 안되어 차를 타고 움직이거나 심한 운동을 하거나 많이 움직이면 더운 열기가 위로 몰려서 구토를 하게 됩니다.

기왕이면 자신의 체질에 맞는 약주(藥酒)를 드십시오!

전한(前漢)때 식화지(食貨志)에 술을 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 하였습니다. 실제로 예로부터 술은 약으로도 많이 쓰여 왔습니다. 하지만 같은 술도 사람에 따라서 얼마든지 약주(藥酒)도 독주(毒酒)도 될 수 있습니다. 재료의 성질과 맛에 따라 체질별 적합성이 정해지는 것입니다. 성질이 급하고 기가 너무 위로 몰려 있는 사람들은 포도주, 머루주, 송엽주, 송절주, 산사춘이 좋습니다. 화열(火熱)이 치성하고 변비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맥주, 복분자주, 구기자주, 지황주, 황련주가 어울립니다. 매실주, 고량주, 상심주(오디술), 창포주, 천문동주, 이화주(梨花酒), 국화주는 땀이 잘 안 나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합니다. 소주, 양주, 인삼주, 밀주(蜜酒), 백세주는 소화흡수하는 기능이 떨어지고 몸이 찬 사람에게 가장 좋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술을 적당한 양과 속도로 즐겁게 마신다면 삶의 활력소로서의 신의 은물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술의 주인이 되느냐 노예가 되느냐는 그것을 운용하는 각자의 몫입니다. 모쪼록 한 해 건강하게 매조지 하시고, 새해에 힘찬 출발 하시기를 응원합니다.


9. 2011년 1월호 "건강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여기를 누르시면 서울사랑 2011년 1월호 pdf 파일을 보실 수 있습니다.  29/33면에 있습니다.>

희망찬 2011년이 밝았습니다. 누구나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나름대로 알찬 계획들을 세웁니다. 물론 작심삼일에 그치는 경우도 많지만 시도조차 안한 것 보다야 백배는 나을 것입니다. 새해의 화두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건강입니다. 무병장수에의 꿈은 인지상정이나 그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또한 몸뿐이 아닌 마음을 포함한 균형 잡힌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의학에서는 건강에 있어 아주 오래전부터 몸과 마음의 양면을 살폈습니다. 서양의학에서도 정신과 질환을 다루지만 뇌와 신경학적 부분에 치중하여 기질적이고 물질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므로 한의학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병의 원인으로 칠정(七情)이라 하여 기쁨, 성냄, 근심, 생각, 슬픔, 공포, 놀람을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사상의학을 창안하신 동무 이제마 선생(1838∼1900)도 희로애락(喜怒哀樂)의 타고난 편차에 의하여 장부 기능의 차이가 발생하고, 그에 의하여 각자의 체질이 결정되며, 감정의 편중상태가 심하면 병에까지 이르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몸과 마음의 평(平), 중(中), 화(和)를 이루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최선의 길인 것입니다. 그러면 동무선생께서 동의수세보원이란 책을 통하여 우리가 타고난 천수를 누리기 위하여 지켜야 할 것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교만하거나 사치하지 말고, 간소하고 검약하게 살아야 한다.
교만하고 사치하는 사람의 마음은 생계(生計)에 전념하는 일반 사람들의 생활을 경시하므로 가정과 사회의 가치를 가볍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또한 높은 지위와 호사스러운 것에만 눈을 두므로 우리가 일상에서 먹고, 마시고, 입고, 거처하는 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수고로움과 어려움에 대하여 깨닫지 못하고 무관심하며 사치와 주색과 향락에 빠져 패가망신하면서도 끝내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2. 게으르거나 태만하지 말고, 근면하고 부지런하게 살아야 한다.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은 마음이 극히 거칠고 들떠서 적고 작은 것들을 쌓아서 큰 것을 이루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항상 허무맹랑한 공상을 품어 일확천금이나 불로소득을 노리려 합니다. 또한 부지런함을 꺼리는 방편으로 그 마음이 항상 술을 찾아 방종에 빠지기 쉽습니다. 당뇨병에 해당하는 소갈(消渴)도 대개 부유하거나 지체가 높은 사람들이 지방이 많이 포함되고 열량이 많은 육식위주의 식사를 하면서 육체적으로 적당한 노동을 하지 않아 주로 발생하였습니다. 요즘 현대인들도 옛날 임금에 비하여 결코 손색이 없는 식사를 하면서도 운동을 게을리 하니 당뇨에 많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3. 마음이 어느 한쪽으로 편벽되거나 성질을 급하게 내지 말고, 스스로 반성하며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
사람의 성질이 좁고 한쪽으로 기울고 급하면 권세를 다투게 됩니다. 희로애락의 감정이 밖으로 발하지 않으면 중도를 지킬 수 있지만 이것은 성인(聖人)의 경지이므로 쉽지 않습니다. 대신 그러한 감정이 밖으로 표출되어도 모두 중용과 절제를 지킬 수 있다면 조화를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항상 자신을 잘 살피고 몸과 마음에 대하여 공경하는 마음을 갖고 타고난 희로애락의 감정적 편차를 잘 극복하는 것이 건강에의 지름길입니다.

4. 재물을 탐하고 욕심을 너무 부리지 말며,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 중론을 따른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치면 반드시 문제를 유발합니다. 사람도 욕심만을 너무 쫓아 돈과 재물로 몸을 망치게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자기생각대로 혼자서 처리하는 사람을 독불장군(獨不將軍)이라 합니다. 하지만 단어의 실제 의미대로 혼자서는 절대로 장군이 될 수 없습니다. 장군에게는 반드시 수많은 병졸이 필요합니다. 또한 원래 석가모니가 하신 말씀과는 달리 쓰이지만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 하며 천하에 자기만큼 잘 난 사람은 없다고 아집을 부리는 사람 또한 주위와 융화될 수 없습니다.

5. 음식은 허기지지 않을 만큼이면 되고, 너무 배부르게 먹지 말라.
현대인은 영양의 결핍에서 오는 병보다는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 불균형이나 과잉해서 생기는 병이 훨씬 많습니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식과 절식을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쓰는 에너지의 양을 감안하여 그에 맞게 드셔야 합니다. 남거나 불필요한 것은 반드시 몸에 쌓여 병을 만드는 근원입니다. 과도하게 섭취한 음식은 그것을 분해하는데 오히려 내 몸의 좋은 기운이 소모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특히 늦은 저녁의 과식은 수명을 재촉하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6. 의복은 추위를 견딜 만하면 되고, 너무 따뜻하게 입지 말라.
요즘은 실내의 난방이나 옷의 재질 및 성능이 좋아서 너무 덥게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조금만 추워도 적응하지 못하고 감기에 걸리기 일쑤입니다. 겨울이라고 실내에만 오래 머물러 신체활동보다는 컴퓨터 작업이나 게임에 매달리다보면 맑은 산소도 쐬지 못하여 일의 효율과 몸의 신진대사나 저항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너무 두껍지 않은 옷으로 몇 겹 입고 외부의 육체활동을 하여 열을 내려는 노력도 게을리 하면 안 됩니다.

7. 근력은 근면하게 노동을 해야지 움직이지 않고 편안히 있으려 하지 말라.
한의학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너무 쉬어서 생기는 병에 대하여도 경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병은 너무 많이 써서 오지만 그 반대도 있기 마련입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요즘 시쳇말로 “인터넷 폐인(廢人)”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적당한 운동과 신체 노동을 전혀 하지 않고 식음과 수면마저 가볍게 여기고 컴퓨터에만 매진하는 젊은 층이 생각보다 많아 걱정입니다. 절대로 육체적인 운동이나 노동을 적절히 가미해야 온전한 건강이 됨을 깨달아야 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건강의 요체를 몰라서 못 지키는 사람은 단연코 없을 것입니다. 또한 의학에 정통한 의사라고 누구나 무병장수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건강에 왕도는 없겠습니다만 새해에는 위에서 말씀 드린 것들을 꼭 실천하시어 의사보다 건강한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10. 2011년 2월호 "건강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여기를 누르시면 서울사랑 2011년 2월호 pdf 파일을 보실 수 있습니다.  32/33면에 있습니다.>

음력 설날과 입춘이 지났으니 이제 온전히 신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음력으로 새해의 기준은 정월 초하루이며 사주팔자에도 쓰이는 년(年)의 간지(干支)에 대한 기준은 입춘입니다. 따라서 실제로 토끼띠는 입춘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예전부터 일 년 중 첫 달인 세수(歲首)를 1월이라 말하지 않고 굳이 정월(正月)이라 칭한 것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정(正)에 거하는 것으로서 그 처음을 삼은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정오(正午)나 자정(子正) 또한 정중앙을 일컫는 것입니다.

정기와 사기

한의학에서도 정기(正氣)라는 말을 씁니다. 쉬운 말로 바꾸면 “바른 기운”, “좋은 기운”으로서 병을 유발하는 외부의 나쁜 기운을 총칭하는 “나쁜 기운”인 사기(邪氣)에 대항하여 내 몸의 건강을 지켜내는 “저항력”, “항병력”, “면역력”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서양의학은 주로 외부에서 병의 원인을 찾습니다. 요즘에는 어린 아이들에게도 너무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린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병을 유발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병으로부터 인체를 지키는 방법도 주로 이러한 원인을 제거하거나 이로부터의 분리 또는 격리를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외부의 환경 말고도 내 몸의 상태에도 많은 관심을 할애합니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어느 순간 아무런 이유없이 소멸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합니다. 그네들도 생존과 번식을 위하여 인간과 계속해서 투쟁을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에 감수되지 않으려면 내 몸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누구나 똑같은 상황에 노출되어 있지만 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도 있고, 병에 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병에 걸려도 쉽게 낫는 사람이 있고, 위독한 지경에 빠지거나 심지어는 사망에 이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내 몸의 정기가 “강한가? 약한가?”의 차이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정기를 결정하는 요인

그렇다면 이러한 정기의 강약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결코 홍삼과 같은 특정한 하나의 약재, 음식, 건강기능 식품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면역력 증강”이란 단어를 검색창에 입력해보십시오! 수많은 음식, 약재, 건강기능식품 등이 경험담이든 실험결과든 논문이든 나름의 증거자료를 수반하여 면역력을 키워주는데 좋다고 나와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것에 해당하는 것을 한두 가지 이상 먹고 살지 않는 사람은 아마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대도 면역기능의 약화로 인하여 병에 걸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문제는 여려 요소의 조화와 균형인 것입니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먹는 음식 중에 성분이나 영양학적으로 좋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그것을 섭취하는 사람의 체질과 증상에 부합해야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 사람을 구성하는 근본 요소로 제시하는 것은 정기신혈(精氣神血)입니다. 인체의 물질적인 부분을 구성하는 최소단위로서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가장 기초적인 물질인 정(精)과 그에 기반하여 피부, 근육, 골수, 장부에 영양물질을 수송하고 그것들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재료가 되는 것이 혈(血)입니다. 외부에서 흡취한 공기와 음식물을 잘게 부수어서 만들어진 음식의 기운이 합하여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운영하는 기(氣)가 이루어집니다. 또한 이러한 요소들에 의하여 전신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제어하고 총괄하며, 감정의 부분을 조절하는 것이 신(神)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합목적적으로 조화와 균형을 이룬 상태를 완전히 건강한 완실무병의 상태라고 합니다. 즉 몸과 마음이 병의 원인에 대하여 완전한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는 정기가 충실한 상황인 것입니다. 반면에 이미 병에 걸렸다는 것은 이러한 내 몸의 정기가 허하다는 징표입니다.

마음의 정(正)

서양의학과 크게 구별되는 한의학의 장점은 마음 또한 병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서양의학에서도 정신과 질환을 다루지만 뇌와 신경학적 부분에 국한하여 기질적이고 물질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므로 한의학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반면에 한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심자(心者) 신지주(身之主)”라 하여 “내 몸의 주인은 바로 나의 마음”이라 하였습니다. 조선시대의 유학자들이 심학(心學)을 기본으로 삼았다는 것은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또한 불교 화엄경의 중심사상에서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하여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한의학에서 심(心)은 오장육부(五臟六腑)의 주인이며 온몸의 주재(主宰)로서 생의 근본이 되고 정신과 영혼이 머무는 곳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병에 걸려도 나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활력이 나에게 생기(生氣)를 북돋우는 것입니다. 나 자신도 포기한 몸은 아무리 훌륭한 의술과 명약(名藥)으로도 고칠 수 없는 것이 자명한 이치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한의학에서는 병의 원인으로 칠정(七情)이라 하여 기쁨, 성냄, 근심, 생각, 슬픔, 공포, 놀람을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동무 이제마선생께서 창안하신 사상의학에서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의 타고난 편차에 의하여 장부 기능의 차이가 발생하고, 그에 의하여 각자의 체질이 결정되며, 감정의 편중상태가 심하면 병에까지 이르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병이 오기 전에 치료하는 의사를 최고로 쳤습니다. 내 몸의 면역력과 저항력인 정기를 키우는 것에 건강관리의 초점을 둔 것이 한의학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정(正)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자는 평(平), 중(中), 화(和)의 한의학적 치료목표를 대표하는 말입니다. 정월에 정(正)의 의미를 잘 깨우치고 지키셔서 심신의 건강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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