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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다름을 인정하자! or 알고하는 편식 (강서양천신문 2006.5.1)

다름을 인정하자! or 알고하는 편식 (강서양천신문 2006.5.1)

서양의학의 치료는 대개 “무슨 병에는 무슨 약”하는 전병전방(專病專方)의 형태로 발전을 해왔다. 이에 반하여 한의학은 같은 병이라도 증상을 판별하여 그에 따른 치료를 하는 변증시치(辨證施治)의 방법을 취해왔고, 그 중에서도 사상의학(四象醫學)은 평소의 체질적 소인을 중요시하였다. 사상의학에서는 타고난 희노애락의 성정(性情)과 장부기능의 편차(偏差)에 의하여 질병이 발생하므로 병의 치료에 있어서도 개체에 대한 차이가 있는 점을 주시하였다. 

예로부터 우리는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영양이나 건강적인 측면 모두에서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필자는 각자의 체질에 맞는 알고하는 편식을 권한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에서 성분이나 영양학적 측면에서 좋지 않은 음식은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음식을 먹고 나타나는 반응은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다. 방귀, 구토, 설사, 변비, 체기(滯氣), 트림, 신물, 속쓰림 등은 모두 몸에 맞지 않는 반응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전혀 반응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섭취하는 음식의 양이나 빈도가 반응을 나타내는 역치 이하여서 그렇다. 이렇게 음식으로 아무런 탈이 없는 사람들은 흔히 체질같은 것은 없다하고 당연히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낙숫물에 바위는 깨어지고, 가랑비에 옷이 젖고, 먼지도 쌓이면 무게를 만드는 것이다. 나에게 맞지 않는 음식이 점차 많아지게 되면 한쪽으로의 극성(極性)을 띄게 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병의 상태로 이동하게 된다. 여러 가지 음식이 섞이면 그나마 서로의 기운이 중화(中和)되므로 별 큰 탈이 없지만 체질과 상반된 기미(氣味)의 음식을 자주 섭취하게 되면 병이 발생한다.
우리가 음식을 택하는 방식은 대개 평소에 추구하는 기호나 서양의 영양학적 관점이다. 무슨 음식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있어 어디에 좋다는 식이다. 예컨대 포도는 색깔이 붉고 성분적으로도 철이 있어 적혈구 생성을 도와주고, 리노렌산, 아라티드산, 올렌산, 파밀트산 등 20여종의 지방산이 있어서 종양을 녹이고 혈관의 순환조절, 혈압조절, 자율신경 조절, DNA 합성에 기여 한다고 한다. 하지만 체질적인 개체 차이를 무시하고 음인(소음인, 태음인)이 고농도로 포도즙을 내어 먹고 지나친 이뇨의 촉진으로 전체 순환혈액량이 줄어 뇌혈류가 적어지면서 기립성 저혈압이 오고, 보상성으로 심계 항진도 오며, 누워만 있어도 천정이 잡아돌 정도의 어지러움을 느껴 병원에 가면 CT나 MRI상 이상이 없어 한의원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성분적으로만 접근해서 포도가 모든 사람에게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포도는 몸에 열이 많고 상체로 기운이 편중되어 있는 태양인의 번갈(煩渴)에 좋은 음식인 것이다.

명심보감의 말에 지부장무명지초(地不長無名之草)라는 말이 있다. “땅은 이름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란 말이다. 모든 풀과 음식들이 각자 다 그 효용이 있을 터인데 아직 우리가 그 쓰임을 다 찾지 못하였거나, 잘 못 쓰고 있거나, 과학이란 이름으로 검증을 못했을 뿐이다. 각자의 체질과 병증에 맞는 올바른 음식과 약으로 쓰임을 받을 때 우리의 건강과 행복이 제대로 지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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