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병의 예방] 만시지탄(晩時之歎) (강서양천신문 2006.6.5)

 

만시지탄(晩時之歎) (강서양천신문 2006.6.5)

한의원에 근무하다보면 병의 치료시기를 놓쳐서 보호자나 본인, 의사의 마음을 모두 안타깝게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말이 있다. 사실 가래나 그 이상의 도구를 가지고라도 막을 수만 있다면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면 하릴없이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당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병(病)을 시사하는 강력한 증후가 있는데도  별거 아니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서나, 평소에 여러가지 이유로 검진을 게을리하여 조기에 병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또는 적절한 검사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자궁근종 난소낭종 자궁내막증 등의 여성병을 예로 들수 있다.

평소에 생리통이 있는데도 "엄마도 네 나이에 있었으니 괜챦다", "원래 누구나 조금씩은 있는것 아닌가?"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고 그때 그때 진통제로 임시 변통으로 넘어가곤 한다. 

한의학에는 불통즉통(不通卽痛)이라는 개념이 있다. 정상적인 기혈(氣血)의 흐름에 장애가 생겨 소통되지 않으면 통증의 증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원인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당연히 병(病)의 상태로 빠지게 된다. 진통제는 통증을 잠시 못느끼게 할 뿐이지 통증의 원인을 해결해주는 게 아니다. 물론 통증이 너무 심하다면 삶의 질과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복용해야 한다. 진통제를 남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통증이 너무 심한데도 진통제를 먹으면 큰 일이나 나는 것처럼 사서 고생를 하는 경우도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통증의 이유를 찾아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에 생리는 가장 중요한 건강상태의 척도가 된다. 생리의 주기, 생리량의 과다 혹은 과소, 통증의 유무와 강도, 생리혈의 색깔과 점도, 핏덩어리의 유무와 크기를 잘 살펴야 한다. 생리주기는 개인차는 있을수 있지만 21일에서 35일 사이에 있으면서 주기적이어야 하고, 생리량은 소주한잔 정도의 양인 50시시정도가 적당하며, 통증은 없어야 하며, 생리혈은 검거나 끈적이지 않아야 하고, 핏덩어리도 없거나 아주 작아야 정상생리의 범주에 속한다. 

생리에 이상이 있다면 미혼이나 학생이라도 꼭 산부인과에 내원하여 초음파로 자궁 난소의 기질적 이상을 확인해 보아야  한다. 요즘은 초경이 빨라지면서 심지어 초등학생에게도 자궁근종이나 난소낭종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산부인과(産婦人科)라 하여 마치 내원할 수 있는 자격이 부인(婦人)이 되어야 하고, 임신이나 출산이 발생해야 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들 수도 있다. 또한 기혼이나 성경험이 있는 여성이라 하더라도 진료의 특성상 질초음파 등을 통한 검진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복부 초음파를 통하여도 상당부분 자궁과 난소의 이상여부를 체크할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복부까지를 치부(恥部)로 여겨 수치심에 진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또한 이러한 모든 부담에도 불구하고 제때에 맞추어 주기적으로 자궁암검사나 기타 검진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그것도 내노라하는 유수의 병원에서조차 자궁경부까지만 확인하고 정작 자궁의 몸에 해당하는 체부는 보지 않아 나중에 수술이 불가피한 크기의 자궁근종이나 난소낭종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을 때는 반드시 담당의사가 권유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자궁 난소의 초음파를 같이 보기를 권한다. 통증이나 빈혈 등의 수반증상이 있을 때 검사해보면 이미 병변의 크기가 너무 커서 적출수술 이외의 방법이 없을 때가 많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고 한다. 우리가 우리 몸을 사랑하고 관심을 보인다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단서는 모두 그 안에 존재한다. 여성의 경우에는 평소에 생리의 양상을 잘 관찰하여 이상이 발견되면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하여야 원만한 임신 출산은 물론이고 자궁이나 난소를 적출당할 지경에 처할 염려도 없다.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돌이킬수 없기 때문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