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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내 몸의 주인은 나의 마음입니다[서울사랑.2011.2월호 기고] 이병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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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설날과 입춘이 지났으니 이제 온전히 신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음력으로 새해의 기준은 정월 초하루이며 사주팔자에도 쓰이는 년(年)의 간지(干支)에 대한 기준은 입춘입니다. 따라서 실제로 토끼띠는 입춘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예전부터 일 년 중 첫 달인 세수(歲首)를 1월이라 말하지 않고 굳이 정월(正月)이라 칭한 것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정(正)에 거하는 것으로서 그 처음을 삼은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정오(正午)나 자정(子正) 또한 정중앙을 일컫는 것입니다.

정기와 사기

한의학에서도 정기(正氣)라는 말을 씁니다. 쉬운 말로 바꾸면 “바른 기운”, “좋은 기운”으로서 병을 유발하는 외부의 나쁜 기운을 총칭하는 “나쁜 기운”인 사기(邪氣)에 대항하여 내 몸의 건강을 지켜내는 “저항력”, “항병력”, “면역력”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서양의학은 주로 외부에서 병의 원인을 찾습니다. 요즘에는 어린 아이들에게도 너무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린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병을 유발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병으로부터 인체를 지키는 방법도 주로 이러한 원인을 제거하거나 이로부터의 분리 또는 격리를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외부의 환경 말고도 내 몸의 상태에도 많은 관심을 할애합니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어느 순간 아무런 이유없이 소멸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합니다. 그네들도 생존과 번식을 위하여 인간과 계속해서 투쟁을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에 감수되지 않으려면 내 몸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누구나 똑같은 상황에 노출되어 있지만 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도 있고, 병에 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병에 걸려도 쉽게 낫는 사람이 있고, 위독한 지경에 빠지거나 심지어는 사망에 이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내 몸의 정기가 “강한가? 약한가?”의 차이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정기를 결정하는 요인

그렇다면 이러한 정기의 강약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결코 홍삼과 같은 특정한 하나의 약재, 음식, 건강기능 식품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면역력 증강”이란 단어를 검색창에 입력해보십시오! 수많은 음식, 약재, 건강기능식품 등이 경험담이든 실험결과든 논문이든 나름의 증거자료를 수반하여 면역력을 키워주는데 좋다고 나와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것에 해당하는 것을 한두 가지 이상 먹고 살지 않는 사람은 아마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대도 면역기능의 약화로 인하여 병에 걸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문제는 여려 요소의 조화와 균형인 것입니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먹는 음식 중에 성분이나 영양학적으로 좋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그것을 섭취하는 사람의 체질과 증상에 부합해야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 사람을 구성하는 근본 요소로 제시하는 것은 정기신혈(精氣神血)입니다. 인체의 물질적인 부분을 구성하는 최소단위로서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가장 기초적인 물질인 정(精)과 그에 기반하여 피부, 근육, 골수, 장부에 영양물질을 수송하고 그것들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재료가 되는 것이 혈(血)입니다. 

외부에서 흡취한 공기와 음식물을 잘게 부수어서 만들어진 음식의 기운이 합하여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운영하는 기(氣)가 이루어집니다. 또한 이러한 요소들에 의하여 전신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제어하고 총괄하며, 감정의 부분을 조절하는 것이 신(神)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합목적적으로 조화와 균형을 이룬 상태를 완전히 건강한 완실무병의 상태라고 합니다. 즉 몸과 마음이 병의 원인에 대하여 완전한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는 정기가 충실한 상황인 것입니다. 반면에 이미 병에 걸렸다는 것은 이러한 내 몸의 정기가 허하다는 징표입니다.

마음의 정(正)

서양의학과 크게 구별되는 한의학의 장점은 마음 또한 병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서양의학에서도 정신과 질환을 다루지만 뇌와 신경학적 부분에 국한하여 기질적이고 물질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므로 한의학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반면에 한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심자(心者) 신지주(身之主)”라 하여 “내 몸의 주인은 바로 나의 마음”이라 하였습니다. 조선시대의 유학자들이 심학(心學)을 기본으로 삼았다는 것은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또한 불교 화엄경의 중심사상에서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하여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한의학에서 심(心)은 오장육부(五臟六腑)의 주인이며 온몸의 주재(主宰)로서 생의 근본이 되고 정신과 영혼이 머무는 곳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병에 걸려도 나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활력이 나에게 생기(生氣)를 북돋우는 것입니다. 나 자신도 포기한 몸은 아무리 훌륭한 의술과 명약(名藥)으로도 고칠 수 없는 것이 자명한 이치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한의학에서는 병의 원인으로 칠정(七情)이라 하여 기쁨, 성냄, 근심, 생각, 슬픔, 공포, 놀람을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동무 이제마선생께서 창안하신 사상의학에서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의 타고난 편차에 의하여 장부 기능의 차이가 발생하고, 그에 의하여 각자의 체질이 결정되며, 감정의 편중상태가 심하면 병에까지 이르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병이 오기 전에 치료하는 의사를 최고로 쳤습니다. 내 몸의 면역력과 저항력인 정기를 키우는 것에 건강관리의 초점을 둔 것이 한의학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정(正)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자는 평(平), 중(中), 화(和)의 한의학적 치료목표를 대표하는 말입니다. 정월에 정(正)의 의미를 잘 깨우치고 지키셔서 심신의 건강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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