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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29.사상체질의 판정요소--태양인의 완실무병[서울일보.2011.04.06기고]이병삼원장

 

<서울일보04월06일자 신문기사 17면 pdf 파일로 보기>

서양의학과 한의학은 병을 보는 관점에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서양의학은 객관화, 계량화에 익숙하여 검사의 결과를 절대적으로 중시하는 반면에 한의학에서는 환자가 주관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에 대하여도 귀를 기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가슴 속에 번열이 나서 옷을 풀어 헤치며, 찬 물을 들이켜야 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며,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거나 머릿속이 뜨거우면서 아플 경우에 서양의학에서는 온도계로 열을 재어 정상체온이라면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자율신경실조 증상이나 신경성이라고 치부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일련의 증후들을 묶어서 증상을 판별하는 고유의 변증(辨證)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여 수분과 진액 등의 음(陰)이 부족하고 화열(火熱)의 양(陽)이 항성한 것으로 보고 불균형을 바로잡는 치료에 임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서양의학적 관점에서 “병이 없다”고 판정된 경우에도 한의학에서는 곧 병이 나타날 수 있는 정도로 병에 가까운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건강한 상태인지에 대하여 세분하여 구체적으로 분별을 합니다. 여기에서 나온 개념이 바로 완실무병(完實無病)으로서 완전하게 건실하여 병이 없는 최상의 상태를 의미하며 체질별로 그 조건이 다릅니다. 

어떠한 사람에게는 땀을 많이 흘리는 현상이 몸이 아주 허한 상태로서 점차 위급한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이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몸이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완실무병의 조건은 각자의 체질별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태양인은 

몸의 상부로 기가 몰려 있으며 발산되는 형국입니다. 그리하여 수분과 진액 또한 증발되어 소진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서늘하고 담백하고 떫은 성질의 음식을 먹어서 기운을 수렴하여 아래로 내려야 합니다. 즉 소변이 왕성하고 많이 생성되는 것을 건강의 지표로 삼을 수 있는 것입니다. 

소변을 본다는 것은 몸의 기운이 신장과 방광 쪽으로 내려오고 기가 수렴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입니다. 실제로 운동이나 힘든 일을 통하여 육체를 수고롭게 하여 열을 내거나, 기온이 올라가는 봄 여름에는 기가 위로 올라가 소변의 량이 적어지고, 몸의 움직임이 덜하거나 외부의 온도가 떨어지는 가을 겨울철과 찬 기운에 감촉되어 감기에 걸릴 때는 소변의 색깔도 맑고 묽어지면서 생성빈도와 량이 많아지는 것을 쉽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어버이들이 예전에 못살던 시절에 보리 수확마저 되기 전인 춘궁기에 풀뿌리와 나무 껍질로 식량을 대신하여 목숨을 부지하였을 때 주로 소나무 껍질을 많이 드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떫은 맛에 의하여 기운이 움추려들며 소변량이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몸 전체에 남은 수분량은 줄어들어 대장점막으로의 수분도 고갈되면서 변비가 악화되어 심한 경우에는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때 태양인들은 평소에 증발되어 소실되던 수분이 몸 안으로 수렴되어 오히려 살이 찌고 건강상태가 호전되는 경우가 많아서 다른 체질과 대비되었다고 합니다. 

이와 몸의 기전이 반대인 태음인 소음인은 상대적으로 기가 아래로 떨어져있어 마시는 수분에 비하여 소변으로 배설되는 기능이 항진되면 병이 올 수 있습니다. 잘못된 섭생으로 소변의 배출량이 늘어나면 단백뇨, 혈뇨도 생길 수 있으며 전체 순환혈액량의 부족으로 인한 여러 질환도 발생합니다.

따라서 특히 “이뇨 작용이 잘 되어야 몸이 붓지 않고 체중도 감량된다”라고 맹목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많은 여성분들 중에서 자신의 체질이 음인이라면 반드시 이뇨작용이 과도한 음식을 꼭 피해야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소양인의 완실무병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울경희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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