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불면증 (강서양천신문 2007.5.7)

 

유명인사의 건강 비결에 대하여 호사가들은 뭔가 대단한 것이 있는 냥 떠들어대지만 정작 본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일 때가 많다. 단적으로 말하면 건강은 잘 먹고 배설 잘하고 잠 잘 자면 그만이다. 특히 이중에서 수면은 매우 중요하다. “미인은 잠꾸러기”, “잠이 보약이다”라는 문구가 광고의 카피에도 나오듯 수면은 하루의 피로를 회복시키고 기억을 재통합하며 감정을 정리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시간이라 판단하여 무조건 줄이려고만 하면 큰 화(禍)를 초래한다.

자야 할 시간과 수면량에 대하여는 각자가 처한 환경과 타고난 체질이 다르므로 천편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대개 자시(子時 23:30-01시 30분)에는 잠자리에 들어있어야 숙면을 취할 수 있고, 수면량은 6-8시간을 자되 피로를 느끼지 않을 정도면 충분하다. 또한 사시(四時)의 변화에 순응하여 밤낮의 길이에 맞게 수면의 패턴을 조절하면 양생(養生)에도 도움이 된다. 봄여름은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며, 가을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겨울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좋다. 

불면을 야기하는 원인은 여러 내과적 질환이나 정신과적 요인도 있으니 반드시 그에 대한 평가를 정확히 해야 치유할 수 있지만 대개는 불안한 마음과 두려움에서 온다. 또한 그러한 심리상태는 체질에 따라 요인이 다르니 체질과 불면요인을 잘 간파하면 불면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태양인은 기다리지 못하고 앞만 보고 급히 나아가려는 급박(急迫)한 마음에서 온다.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빨리 해치워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더욱 마음이 급해지고 그로 인하여 잠을 못자게 된다. 소양인은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미리 우려하는 마음으로 걱정을 한다. 어찌 보면 확률적으로도 거의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황당한 추측과 상상을 하는 것이다. 혹시 자신이 생각지도 못하는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에 잠을 못자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조바심과 노파심(老婆心)이 심한 상태이다. 태음인은 자신의 체면과 위신이 망가지는 것에 대하여 많은 신경을 쓴다. 또한 생각이 많고 쉽게 결정을 짓지 못하는 우유부단(優柔不斷)하는 마음은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야기한다. 소음인은 불안정한 마음이 있을 때 불면이 온다. 섬세하고 세밀한 탓에 남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은 일에 대하여도 신경을 써야하고, 감성이 예민하여 상처받기 쉽고 또한 그러한 마음을 당사자에게 잘 이야기 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는 것이다. 

형태와 정도는 다르지만 근심 걱정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단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서 반응은 천차만별이고 때론 생사를 결정짓기도 한다. 각자의 체질에 따른 불안요인을 제거하고 지나친 욕심을 버린다면 누구나 편안하고 깊은 잠으로 아침이 기다려지는 나날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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