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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커피와 녹차의 함정] Coffee or tea? (강서양천신문 2006.5.22)

Coffee or tea? (강서양천신문 2006.5.22)
나라마다 차(茶) 문화가 발달하면서 고유의 여러 차들이 현존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양대 산맥은 커피와 녹차(綠茶)가 아닐까 싶다. 어디를 가든 차를 권유 받을 때 주로 coffee or tea? 라는 말이 쓰일 정도이니 그 위상을 실감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마치 커피는 서양의 대표격이고, 녹차는 동양의 대표격인양 대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동양인으로서의 문화적 우월감이나 자긍심을 갖기 위해 녹차를 마셔야 할까? 아니면 흔히 말하듯 커피는 몸에 해로운데 녹차는 전혀 부작용이 없는 커피의 대체재(代替材)로서 손색이 없다는 말인가?

주위에서 흔히 커피나 녹차를 먹고 잠이 안오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속이 불편하다는 증상을 호소하는 것을 많이 보게된다. 잘 알려져 있듯 카페인에 의하여 중추신경이 흥분되기 때문이다. 커피 녹차 코코아 초콜릿에는 모두 산틴(xanthine)유도체인  카페인, 테오필린, 테오브로민이 함유되어 있어 중추신경을 흥분시키고 이뇨작용을 촉진시킨다. 물론 테오필린이라는 성분은 기관지 평활근을 확장시켜 천식의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제로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이뇨작용이 있어 전체 순환혈액량의 부족을 야기하여 두통이나 어지러움증 불안 불면 심계항진 등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커피와 녹차는 그 성분이 매우 유사한 한통속인 것이다. 

녹차는 한약을 다루는 본초서(本草書)에 다명(茶茗)이라 하였는데 어려서 채취한 것을 다(茶), 다 자란 후에 채취한 것을 명(茗)이라 하였다. 성(性)이 서늘하고, 맛이 쓰고도 달아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번갈(煩渴)을 없애고, 소화를 돕고, 소변을 보게하며, 해독작용이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또한 동의보감에서는 오래도록 먹으면 지방(脂)을 제거하여 사람을 마르게 하니 많이 살진 사람이 먹을 수 있다고 되어 있어, 요즘 체중조절을 위하여 녹차를 많이 복용하는 사람들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체질에 대한 고려없이 커피와 녹차를 특정한 목적을 위해 또는 그냥 기호로서 즐기는 사람이 많이 있다. 평소에 손발이 차고, 추위를 많이 타며, 두통, 현기증, 어지러움, 생리통, 생리량의 과소, 검은 생리혈,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거나 갈라지고 부서지며, 피부가 가렵거나, 손발이 붓거나 쥐가 나거나 저리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불면 불안 증상이 있는 사람은 전체 순환혈액량이 부족할 가능성이 많다. 양방에서의 빈혈검사는 적혈구의 비중이나 헤모글로빈의 농도를 재는 것이어서 전체순환혈액량을 반영하는 지표가 되지 못한다. 이러한 혈허(血虛) 증상이 있는 사람이 커피나 녹차를 먹게 되면 더욱 증상의 악화를 가져와 혈액의 점도를 끈끈하게 하여 혈압 당뇨 중풍의 순환기계 질환이 속발하게 된다. 

여성의 경우 속이 냉한 사람이 지나친 체중의 감량을 위하여 녹차를 마시어 소변을 자주보고, 반신욕이나 사우나 운동을 통하여 지나치게 땀을 내며, 성질이 찬 음식을 먹고 간혹 설사를 하며 지나치게 염분의 섭취를 제한하면 탈수에 의한 냉증(冷症)이 오게 된다. 따라서 자궁 난소로의 순환도 저해되어 극심한 생리통이나 자궁근종 난소낭종 자궁내막증 등의 헤아릴수 없는 병들이 오게 된다. 

따라서 커피와 녹차는 모두 체질적으로 몸에 열이 많고 기운이 상체로 편중되어 있는 사람(태양인 소양인)의 불면, 비만, 고혈압, 천식의 치료에 좋고 음인(태음인 소음인)은 반드시 금해야 한다. 모든 사람의 건강을 위하여 산틴(xanthine) or what?이라고 물어 커피나 녹차를 별다른 미안함없이 사양할 수 있는 차문화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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