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약(藥)과 독(毒) (강서양천신문 2007.12.17)

 

대부분의 현대 서양의학은 질병에 의한 증상의 소실에 역점을 두지만, 한의학에서는 질병의 증상이 병인에 대항하여 싸우는 인체의 자구노력으로서 치유과정의 일부로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발열(發熱)인데 정기(正氣)가 사기(邪氣:병의 원인으로서의 나쁜 기운)와 항쟁하는 현상으로서 특별한 합병증을 일으킬 정도가 아니라면 생리적인 것으로 판단하여 굳이 특별한 조치가 필요 없다. 
의성(醫聖)으로 일컬어지는 히포크라테스는 건강한 사람도 질병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을 소량 사용하면 그 증상을 낫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하였다. 이와 같이 인체에 질병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시켜 치료하는 동종요법(同種療法, homeopathy)은 여러 형태로 발전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벌이나 뱀의 독(毒)을 이용하여 인체의 자가면역을 증강시키는 방법도 여기에 속한다. 결국 독(毒)도 증상에 맞게 적절한 용량을 사용하면 약(藥)으로 작용할 수 있고, 약 또한 용량이 과하거나 증상에 맞지 않는다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임금이 내리는 사약(賜藥) 또한 부자, 초오, 천남성 등의 유독(有毒)한 한약재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러한 약재들은 적절한 수치(修治)를 거쳐 한의사에 의하여 실제로 여러 증상에 운용된다.
요즘 사람들은 건강이란 명목으로 영양제를 포함한 온갖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한다. 하지만 제대로 검증이 안 된 것도 많을뿐더러 오용(誤用)이나 무분별한 남용(濫用)에 의하여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반응이 민감한 사람이거나 용량이나 농도가 높아서 부작용이 눈에 띈다면 복용을 중지하겠지만 별다른 특이 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단지 판매회사에서 주장하는 효능만을 맹신한 체 오랫동안 복용한다면 그 폐해는 생각보다 매우 심각하다. 따라서 반드시 전문가에 자문(諮問)하여 자신의 체질과 증상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약(補藥)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의사의 정확한 진찰을 통하여 허(虛)한 곳을 정확히 간파해야 적절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조화(調和)와 균형(均衡)을 중시한다. 음양(陰陽), 수화(水火), 기혈(氣血)이 자체적으로 과부족(過不足)이 없으면서 서로 평형을 이룰 때가 이상적으로 가장 건강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음식과 약물이 가지고 있는 맛에 대하여도 손진인(孫眞人)의 양생명(養生銘)에서 신맛은 근(筋)을 상하게 하고, 쓴맛은 뼈를 상하게 하며, 단맛은 살(肉)에 좋지 않고, 매운맛이 지나치면 땀을 지나치게 흘려 정기(正氣)를 해치며, 짠맛이 지나치면 수명을 재촉하므로 한 가지 맛에 치우쳐 탐닉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으니 마음에 새길 만하다. 귀중한 시간, 금전, 노력의 비용을 들이면서도 자칫 건강을 해치는 우(愚)는 범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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