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불치(不治) (강서양천신문 2007.12.31)

 

병을 극복하는 것은 의술(醫術) 못지않게 환자의 마음가짐과 생활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동의보감에는 환자의 병을 고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유명한 의사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중국 한(漢)나라 때의 유명한 의사였던 창공(倉公)의 삼불치(三不治)와 戰國時代에 신의(神醫)로 추앙받던 편작(扁鵲)의 육불치(六不治)로서 현대에 있어서도 환자가 명심해야할 덕목으로 생각된다. 창공(倉公)은 병이 났는데 약을 먹으려 하지 않는 것과 몸을 가볍게 여기고 목숨을 우습게보아 조심하지 않는 것을 들었고, 편작(扁鵲)은 교만하고 방자하여 이치에 따르지 않는 것, 몸을 가볍게 여기고 재물을 중요시하는 것, 먹고 입는 것이 적절치 못한 것, 음양(陰陽)이 뒤섞이어 장부(臟腑)의 기운이 안정되지 못한 것, 형체가 너무 쇠약하여 약을 먹을 수 없는 경우를 들었다. 

여기에 더하여 둘 다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무당을 믿고 의사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고시대(上古時代)에는 무당이 신에게 병의 원인을 고(告)함으로 치유를 얻는 축유(祝由)로 병을 고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극히 일부에 국한되었고, 당시에도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의학에 비하면 원시적인 형태로 치부되었던 것 같다. 요즘에도 상식을 초월하는 비과학적이고 검증되지 못한 치료법에 현혹되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들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주위에서 보면 특히 고혈압의 경우에 한번 약을 복용하면 평생 먹어야한다고 손사래를 치며 약 복용을 거부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무런 대책 없이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약을 먹지 않는다면 당연히 병을 고칠 수 없다. 또한 요즘엔 주사제의 형태로 혈관이나 피하, 근육에 직접 주입하는 방법이 있긴 하나 암 등 중증 질환의 말기에 너무 쇠약하여 곡기(穀氣)를 소화흡수 못할 때에는 약마저도 무용지물일 때가 많다. 술(酒), 성욕(色), 재물(財), 권세(權)에의 지나친 탐닉으로 몸을 가볍게 여기어 혹사시키고 목숨을 박(薄)하게 생각하여 조심하지 않고 함부로 행동하면 병이 생기고 낫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자신의 타고난 체질에 맞는 음식을 즐겁게 적당히 먹고, 지나친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게 의복을 사시조석(四時朝夕)의 기운에 맞추어 입는 것도 건강을 유지하는 기본이 된다. 의사나 전문가의 지시에 정확하게 따르지 않고 임의로 해석하고 결론을 내어 이치에 맞지 않거나 잘못된 섭생을 하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음양(陰陽)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한쪽으로 편중되어 장부의 기운이 안정되지 못하면 그 기능 또한 어그러져 병의 악화에 기인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과학적인 방법과 수많은 사람을 통하여 검증된 의학의 전문가를 믿고 그 지시에 충실히 따르며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몸을 중히 여겨 돌본다면 병이 생기지도 않을 것이고 생겨도 치유에의 길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밝아오는 새해에 모든 분들의 건강과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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