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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운명론의 함정] 기칠운삼(氣七運三) (강서양천신문 2008.1.14)

신년초가 되면 여기저기서 토정비결(土亭秘訣), 육임(六壬), 주역(周易) 등의 온갖 점술서를 가지고 신년 운세를 보기 마련이다. 물론 한 해의 운세를 점쳐 몸과 마음을 삼가고 행동거지(行動擧止)를 조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운세만 믿고 일의 결과를 미리 한정(限定)짓고 자포자기(自暴自棄)한다면 오히려 될 일도 안 되므로 경계해야 한다.

중국 명대(明代)의 관료이자 학자였던 원황(袁黃)은 평소에 도인(道人)이라 자청하는 사람들에게 들었던 운수(運數)에 얽매어 살았지만 운곡선사를 만나 깨달음을 얻은 후에는 세속의 숙명론(宿命論)을 극복하고 그동안의 평범한 삶을 끝마친다는 뜻에서 호를 학해(學海)에서 요범(了凡)으로 고치고, 아들 천계(天啓)를 가르치기 위해 ‘요범사훈(了凡四訓)’을 저술한다. 선사의 깨우침은 일종의 운명개척론으로 시경(詩經)의 “운명은 나 스스로 짓는 것이고, 복은 자기가 구하는 것이다(命由我作 福自己求)”와 서경(書經)의 “하늘이 내린 재앙은 오히려 피할 수 있으나, 스스로 부른 재앙은 피할 수 없다(天作孼猶可違 自作孼不可活)”와 주역(周易)의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남아 넘치는 경사가 있다(積善之家 必有餘慶)” 등이다. 이때부터 요범선생은 스스로 전전긍긍하면서 경각심을 한층 높이고, 스스로 자신을 채찍질하여 어두컴컴한 곳이나 깊숙한 방구석에서도 항상 천지신명께 죄를 지을까 두려워하고, 설혹 남이 나를 미워하거나 비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 스스로 담담히 받아 들였다. 그 결과 이전에 도인(道人)들에게서 들은 운수(運數)를 모두 극복하여 뛰어 넘게 되었다. 얼마든지 자신의 마음가짐과 노력여하에 따라 자신의 운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인 것이다. 

한의학에서도 심(心)은 오장육부(五臟六腑)의 주인이며 온몸의 주재(主宰)로서 생의 근본이 되고 정신과 영혼이 머무는 곳으로 말하고 있다. 병에 걸려도 나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로 의한 활력이 생기(生氣)를 북돋우는 것이다. 나 자신도 포기한 몸은 아무리 훌륭한 의술과 명약(名藥)으로도 고칠 수 없는 것이 자명한 이치이다. 나는 타고나면서부터 약한 체질이니 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오래 살 수 없을 것이라며 미리 단정하고 체념한다면 결과 또한 그렇게 될 수밖에 없고 운명론에서 절대로 헤어날 수 없다. 

흔히 고스톱이나 포커를 할 때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들을 한다. 운이 70%, 기술이 30%를 차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말은 기칠운삼(氣七運三)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매섭게 타오르는 불이나 파죽지세(破竹之勢)의 열렬한 기세(氣勢)는 여간해서 잠재울 수 없다. 역으로 이기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불안한 마음을 가진다면 전세(戰勢)는 금방 역전되고 만다. 맹자(孟子)에도 화(禍)와 복(福)은 모두 자기 자신으로부터 구하는 것(禍福 無不自己求之者)이라 하였다. 새해를 맞아 욕심을 줄이는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체질에 맞는 음식과 적당한 운동으로 건강의 복(福)을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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