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통풍] 통풍마왕(痛風魔王) (강서양천신문 2008.1.28.)

 

흔히 고생을 심하게 하거나 오랜 세월 병이 쌓여 회복하기 힘들 때 “골병든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만큼 뼈에 생긴 질환은 병의 부위가 깊어 치료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려워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신의(神醫)로 추앙받던 편작(扁鵲) 마저도 피부, 근육, 혈맥, 장위(腸胃)에 있는 병들은 탕약이나 찜질, 침, 술(酒醴) 등으로 치료를 할 수 있으나 골수(骨髓)에 병이 들면 비록 생명을 주관하는 신이라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할 정도로 어렵게 여겼다.

요산결정이 뼈 주위의 결체조직에 침착되어 생기는 통풍(痛風, gout) 또한 뼈에 생기는 병이다. 대개 40대 후반의 남성에게서 90%가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요즘은 20대에서도 발생하며 여성환자도 늘어가는 추세다. 주로 엄지발가락 아랫마디가 불룩하게 튀어나오면서 통증이 생겨 발견하게 되며 발목이나 무릎 등의 하지 관절에서 자주 나타난다. 바람만 불어도 아플 정도로 가히 통증의 마왕(魔王)으로 위세를 떨치며 실제로 가벼운 접촉시에도 심한 통증을 느끼고, 욱신거리며 붓고 열감과 경직을 수반한다. 심하면 통증으로 인한 불면과 식욕부진, 권태감, 두통, 오한(惡寒) 등을 수반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통풍(痛風)을 통증의 양상이 호랑이에게 물린 것처럼 심하고 바람처럼 사지(四肢) 뼈 마디마디에 돌아다닌다하여 백호역절풍(白虎歷節風)이라 칭하였다.

한의학에서는 통풍의 원인을 주로 혈허(血虛)한 틈을 타서 풍한습(風寒濕)이 침습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전체 순환혈액량의 부족은 뼈에 분포된 가는 혈관으로의 혈액의 흐름을 막게 되고 특히 외부로 노출된 관절은 풍한습(風寒濕)에 의하여 온도가 낮게 되어 요산이 용해되지 못하고 결정을 이루어 침착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통풍결절이 심장에서 가장 먼 쪽에 위치하며, 상대적으로 얇은 피부와 근육으로 쌓여 있고, 외부로 돌출되어 온도변화에 민감해지는 뼈 부위에 주로 생기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체질적으로 몸이 차서 의식적으로도 물을 별로 마실 수 없고, 마시는 물에 비하여 소변량이 많은 사람들은 커피, 녹차, 코코아, 초콜릿 등의 카페인 음료를 절대 금하고, 보리차 옥수수 수염차, 맥주, 와인 등의 이뇨작용이 있는 음식도 삼가야한다. 찬 성질의 음식인 돼지고기나 조개류도 통증을 악화시킨다. 반면에 몸에 열이 많고 변비 성향의 사람들은 혈열(血熱)에 의하여 혈액의 점도가 끈끈하여 순환을 막으므로 양기(陽氣)가 성한 파, 마늘, 생강, 고추, 인삼, 개고기, 닭고기와 미꾸라지 장어 등의 비늘 없는 생선류를 피하는 것이 좋다. 통풍의 치료나 예방에 있어서 요산의 발생을 촉진시키는 육류나 해산물 등의 단백질 음식을 무조건 제한한다면 오히려 그로 인한 영양대사의 불균형으로 치료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자신의 체질에 맞는 적절한 식이로 인하여 혈액순환이 개선된다면 통풍으로 인한 지긋지긋한 통증의 늪에서 헤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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