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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화날 때는 슬픈 영화를 [강서양천신문기고 2009.4.13]

 

중국 남송(南宋) 시대의 진무택(陳無擇)은 병을 유발하는 원인에 대하여 삼인론(三因論)을 제시하였으며 이 이론은 지금까지 현대의 한의학에서도 널리 통용되고 있다. 삼인론은 질병을 외부의 요인(外因), 내부의 요인(內因), 내외를 구분할 수 없는 불내외인(不內外因)으로 나누고 있다. 

외부의 요인으로는 자연계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여섯 가지 기운인 바람, 추위, 더위, 습기, 건조함, 화기의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가 정상상태를 벗어난 육음(六淫)과 현대의 전염병에 해당하는 려기(癘氣)가 해당한다. 내인(內因)은 인간사에 상존하는 7가지 감정(칠정; 七情)인 기쁨, 성냄, 지나친 생각, 근심, 슬픔, 공포, 놀람의 희노우사비공경(喜怒思憂悲恐驚)에 의하여 속이 상하는 것을 말한다. 불내외인(不內外因)으로는 조화와 균형을 상실한 음식물의 섭취, 성생활의 무절제, 과로, 외상(外傷), 벌레나 짐승으로부터 생긴 충수상(蟲獸傷), 기생충 등을 들었다. 

이러한 병의 원인 중에서 칠정(七情)에 의한 내상(內傷)은 현대의학에서 스트레스(stress)라고 포괄하여 말하는 자율신경조절 장애에 의한 병이라는 개념을 훨씬 뛰어넘는 세분화된 분석이다. 칠정은 예기(禮記)에서는 희노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欲), 중용(中庸)에서는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 불교에서는 희노우구애증욕(喜怒憂懼愛憎欲)을 들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감정 중에서 특히 성냄(怒), 기쁨(喜), 지나친 생각(思), 슬픔(悲), 공포(恐)을 오지(五志)라 하여 순서대로 간심비폐신(肝心脾肺腎)의 오장(五臟)에 배속하고 오행의 상생(相生)과 상극(相剋) 이론을 통하여 치료에도 응용하고 있다. 

성냄(怒)을 예로 들어보자. 노(怒)는 간(肝)에 배속된다. 간은 생리적으로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소설(疏泄) 기능과, 새싹이 흙을 뚫고 나와 자라면서 나뭇가지가 펼쳐지듯 뻗어 올라가는 조달(條達)의 성질을 가졌는데 이는 사람이 성을 내면 기가 올라가는 형상과 비슷하다. 따라서 화를 내면 더욱 간의 상승하는 기운이 항성(亢盛)해져 병에 이른다. 이럴 때는 오행의 상극이론중 금극목(金剋木-금의 기운이 목의 기운을 억제한다)을 운용하여 금의 정지(情志)인 슬픔을 쓴다. 싸움으로 인하여 화가 극도로 나있을 때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느끼거나 슬픔으로 인하여 눈물을 흘리면 어느덧 화가 풀리는 경험을 해본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또한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안으로만 너무 생각이 쌓여서 생기는 울증(鬱症)에는 적절히 감정을 표출하며 화를 내보고(목극토木剋土), 감정이 예민하다거나 필요이상의 공포를 느낄 때는 그 실체에 대하여 면밀한 분석과 사색을 통하여 공포에 대한 허상을 제거하고(토극수土剋水), 너무 기쁨이 지나쳐서 기가 느슨해지면 두려운 마음으로 자제를 하여 적당히 거두어 들이고(수극화水剋火), 비참하고 슬플 때는 기쁘고 즐거운 생각으로 이겨내는(화극금火剋金) 형태가 모두 오장에 배속된 감정을 이용하여 치료를 하는 오지상승(五志相勝)요법이다. 평소에 감정을 잘 다스려 병에 이르지 않도록 하고, 어느 한 감정에 지나치게 치우쳐 병이 왔다면 일상에서 이 방법을 활용해보도록 하자.
글) "환한 웃음, 밝은 세상" 서울경희한의원 이병삼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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