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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2.체질 및 마음의 중요성[서울일보 2010.8 기고] 이병삼 원장

 


2. 체질 및 마음의 중요성


그렇다면 체질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왜 중요할까? 

그것은 각자가 타고난 체질적 품성이 다르며 그로 인하여 밖으로 나타내는 감정의 표출에도 체질별로 차이점이 있으므로 미리 자신의 체질을 파악하여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한다면 인격의 수양은 물론 무병장수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체질의학에서는 체질적 소인으로 인하여 각자에게 특별히 오기 쉬운 병들이 있다고 보는데 체질 식이와 섭생으로 미리 예방할 수 있고, 이미 병에 들어도 체질이론을 통한 질환의 치료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특히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안타깝게도 현대사회에서 체질이론하면 누구나가 맨 처음 떠올리는 것이 “당신은 어떠한 체질이니 어떠한 음식과 약을 먹어야 한다”로 끝날 정도로 단순화되어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제마선생이 주창하신 사상의학에서는 마음(心)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중시하고 있다. 

기존의 전통한의학에서는 간심비폐신이 인신의 건강을 결정하는 생리와 병리에 있어서 거의 동등한 비중과 구조로 다루어지고 있지만 사상의학에서의 심(心)은 단순히 오장(五臟) 중 하나로서의 역할이 아닌 인신의 모든 장부를 총괄하는 군주나 총재(總裁)의 역할을 하는 존재로 간주되고 있다. 그래서 사상의학의 원전인 동의수세보원의 앞부분은 주로 이것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사람마다 이러한 마음씀이 다름으로 인하여 에너지의 편차가 생기고, 그것에 의하여 장부의 대소강약이 결정되어 체질이 나타나고, 그로 인하여 각각의 체질에 따라 인신의 생리와 병리에도 각자 다른 영향이 미친다는 것이다.

전통한의학에서도 마음 씀의 중요성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심자(心者) 신지주(身之主)”라 하여 “내 몸의 주인은 바로 나의 마음”이라 하였다. 조선시대의 유학자들이 심학(心學)을 기본으로 삼았다는 것도 새로울 것이 없다. 또한 불교 화엄경의 중심사상에서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하여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신라때 의상대사와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올랐던 원효(元曉)대사의 일화는 아주 유명하다. 어느 무덤옆에서 잠을 자다가 목이 말랐는데 옆에 왠 바가지가 있어서 물을 달게 마셨는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해골에 담긴 물이었다는 것이다. 만약에 처음부터 그것이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이라는 것을 인식했다면 아무리 목이 말라도 쉽게 마시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일로 깨달음을 얻은 원효대사는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외물(外物)은 나 자신을 간섭할 수도 없고 좌지우지할 수도 없는 객체일 뿐이다. 오로지 나의 마음에 의하여 불필요하게 커다란 장애물로 변신할 뿐이다.

사람사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체질에 따른 고유의 마음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서로간의 불필요한 갈등과 알력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에서 각 체질별로 다르게 타고난 마음씀의 고유함과 경향성을 인지한다면 사회는 훨씬 조화와 균형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한의학과 체질의학의 궁극적 지향점인 평중화(平中和)의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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