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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6.입맛에 당기는 음식이 내몸에 좋다?[서울일보 2010.8.31 기고] 이병삼 원장

 


6. 입맛에 당기는 음식이 내몸에 좋다? 

<서울일보 8월 31일자 신문기사 18면 pdf 파일로 보기>

자신의 체질과 증상에 맞는 식이요법을 하라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냥 입맛에 당기는 대로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심지어 아플 때 당기는 음식은 100% 그 사람의 몸에 맞기 때문이라는 말도 한다. 실제로 그렇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의 몸에 필요한 것만 당긴다면 아마도 이 세상에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야 할 것이며 설령 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음식만 당길 터이니 별다른 처치없이도 금방 회복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잘못된 식이에 의하여 생긴 그 많은 병들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또한 아플 때 환자가 찾는 음식을 한번 그대로 먹게 해보자! 아마도 엄청난 혼란이 생길 것이 자명하다. 물론 우리 몸은 스스로 질병을 극복하려는 자생력이 엄청 뛰어나긴 하지만 그것을 너무 확대해석하여 맹신하면 절대 안된다. 특정한 음식을 좋아하는 기호(嗜好)는 주로 어려서부터의 식습관에 의하여 결정될 뿐이다. 평상시에 먹어왔던 음식은 탈이 나더라도 으레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계속 먹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몸의 반응에 귀를 기울여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매번 반복되어 탈이 난다면 그것은 나와 궁합이 맞지 않는 음식이다. 아무리 성분이나 영양학적으로 뛰어나다 하여도 무용지물일 뿐 아니라 먹을수록 내 몸을 상하게 한다.

흔히 특정한 질환은 부모로부터 유전된다고 한다. 하지만 자녀들에게 모두 부모의 병이 유전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분명 확률적으로 높아질 수는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녀는 부모와 먹는 음식, 마음 씀, 몸의 자세, 생활습관 등의 섭생과 처한 환경이 비슷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모지에서도 꽃은 피듯이 자녀 중에서도 병에 걸린 부모와는 다르게 섭생을 잘 한다면 충분히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설령 부모가 몹쓸 병에 걸렸다하더라도 지레 겁을 먹고 자포자기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부모가 건강하다 하여 그것만 믿고 자신의 체질에 맞는 섭생을 게을리 한다면 새로운 병이 생겨 후대의 원망을 살 수도 있으니 부득이 삼가지 않으면 안된다. 

요즘 과학문명의 발달에 힘입어 염색체나 유전자의 검사로 향후 특정한 질환에 걸릴 확률을 예측한다고 한다. “당신은 암에 걸릴 확률이 높으니 조심하라”는 식이다. 마치 “당신은 이러한 사주로 운이 나쁘니 조심하라”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물론 항상 삼가고 경계하여 나쁠 것은 없다. 사주팔자의 해석도 그 정도에서는 상당한 의의가 있다할 수 있다. 미리 조심하여 액(厄)을 피할 수 있음에랴? 하지만 극복할 수 없는 낙인(烙印)이 찍힌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의기소침할 필요는 전혀 없다. 

부모의 정자와 난자가 수정할 때 이미 결정된 선천(先天)의 상태도 중요하지만 타고난 뒤에 어떠한 음식을 먹고,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어떠한 환경에서, 어떠한 생활을 하느냐의 후천적 요소가 건강을 유지하는데 더 중요하다. 약한 선천도 노력여하에 따라서 충분히 보강되고 극복될 수 있다. 제아무리 몹쓸 유전병이라 하더라도 분명히 생긴 대(代)가 있고 저 멀리 선조부터 계속해서 대물림되지는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짧은 세치 혀의 탐심(貪心)에 넘어가서 당기는 대로 먹지 말고 나의 체질과 증상에 맞는 음식을 잘 가려서 먹도록 하자. 자칫 본인이 몹쓸 병을 유전시키는 장본인이 되어 대대손손 욕을 먹는 불명예를 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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